120여 개 단체 모여 ‘고용보험법 개정 입법 촉구 연대회의’ 공식 출범
초고령사회 앞두고 고령 근로자 사회적 요구 표출 본격화
“65세 이상 일하는 사람에게도 실업급여를 보장하라.”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고용보험법 개정 입법 촉구 연대회의’(연대회의) 관계자들이 플래카드와 손팻말을 들고 이렇게 외쳤다. 연대회의는 일하는 고령자에 대한 실업급여(구직급여) 확대 적용을 주장하며 모인 단체 연합체다. 노후희망유니온과 전국시니어노조 등 고령자단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가사·돌봄유니온 등 노동단체, 자영업 및 직능 단체를 포함한 120여 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일하는 노인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고용보험법 개정을 촉구한다”며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연대회의는 65세 이상 신규 취업자에게 실업급여 적용을 제외하는 고용보험법 제10조 2항을 삭제할 것을 국회와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현재 65세 이후 새로 취업한 사람은 실직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다만 64세 이전에 고용보험에 가입해 같은 회사를 계속 다녔다면 65세 이후 실직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연대회의 측은 해당 법 조항이 고령화로 일하는 노인이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출범 선언문에서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일하고 있고, 앞으로도 일하고 싶은 시니어 인구가 70%에 이른다”며 “하지만 절대 다수 노인에게는 청소, 경비, 가사돌봄 같은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 밖에 제공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하고 새 일자리를 찾은 고령자 대부분은 계약직을 전전하기 때문에 항상 신규 취업자일 수밖에 없는데, 65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실업급여를 주지 않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65세 이상의 경우 국민연금, 기초연금 같은 공적 연금을 받을 수 있어 실업급여까지 중복 수급을 허용하는 것은 신중해야한다는 방침이다. 저임금 단기계약직이 대부분인 고령자에 실업급여를 적용하면 반복 수급이 크게 늘어 고용보험기금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6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들에게도 적절한 고용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5~79세 인구 중 연금을 받는 비율은 절반(49.4%)에 그쳤고, 월평균 수령액도 69만 원에 불과했다. 노후준비가 부실한 탓에 65세 이후에도 일을 그만두기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갈수록 줄어드는 생산가능인구를 대신해 고령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도 고령자를 위한 고용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현재 국회에는 실업급여 적용 연령을 확대하는 법 개정안이 여러 건 계류돼있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 주최으로 열린 ‘일하는 노인을 위한 고용보험법 개선 토론회’에서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대회의 관계자는 “더 이상 노인을 복지 대상자로만 봐선 안 된다. 일하고자 하는 노인에게는 확실한 고용대책이 필요하다”며 “실업급여 적용이라는 최소한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싸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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