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황모 씨(36)와 연모 씨(36)가 “주범한테서 ‘윗선이 있다’고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주범 이모 씨(35)에게 범행을 사주한 ‘윗선’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황 씨와 연 씨는 3일 경찰 조사에서 “이 씨가 ‘범행의 윗선이 있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며 범행 일체를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 씨의 윗선으로 지목된 40대 유모 씨와 황모 씨 부부에 대한 계좌 추적을 진행하고 있다.
황 씨와 연 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에서 피해자를 납치한 뒤 경기 용인시에서 이 씨와 만나러 가는 길에 차 안에서 각자 이 씨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씨가 “이 씨가 유 씨 부부로부터 (착수금 목적의) 4000만 원을 받았다고 들었다”고 말하자, 연 씨는 “나도 (윗선이 있다고) 건너 들었다”며 대화를 나눈 것. 황 씨와 연 씨 모두 이 같은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범행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씨는 이들이 진술한 윗선에 대해 일체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피의자 진술만 확보된 상황”이라며 “구체적 증거를 확보해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진술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를 발견하지 못할 경우 윗선 규명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찰은 황 씨 등이 “범행 착수금 명목으로 4000만 원이 오갔다”는 진술에 대해 아직 결정적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계좌 압수수색에선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현금으로 전달받거나 가상화폐 형태로 전달받았을 가능성 등을 모두 열어놓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이 씨의 변호인은 유 씨, 황 씨 부부의 범행 연루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이 씨의 변호인은 “이 씨가 과거 형사사건으로 연루된 유 씨 부부와 친분은 있는 사이”라면서도 “이번 살인 사건과의 연관성은 전혀 없다. 당사자들도 황당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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