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인척 군면제’ 분노한 진짜 환자들…“파렴치한 일”

  • 뉴시스
  • 입력 2023년 4월 4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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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뇌전증으로 병역 면탈을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래퍼 라비의 수법이 공개된 가운데 환자단체들이 “정부가 좀 더 세밀한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신을 정상으로 진단한 의사에게 거세게 항의해 약의 처방받는 등 상식 밖 행동이 가능했던 것이 정부의 부실 관리탓이라는 이유에서다.

4일 한국뇌전증협회는 정부가 뇌전증 환자 관리를 사각지대로 두면서 뇌전증을 병역 면탈 도구로 악용하는 상황까지 왔다고 지적했다.

김덕수 한국뇌전증협회 사무처장은 “국내 뇌전증 환자는 약 37만명으로 추산된다”며 “이 가운데 장애인복지법 등에 등록돼 관리받는 환자는 7000명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한국뇌전증협회는 국내에서 뇌전증 환자와 그 가족을 대표하는 단체다.

협회는 정부가 등록 환자만을 앞세워 적극적인 관리에 손을 놨다고 짚었다. 김 사무처장은 “뇌전증 환자는 정확한 통계가 잡히지 않고 있다”며 “뇌전증 환자들이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고, 정부도 7000명을 관리한다는 이유로 그동안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이런 배경 속에서 병역 면탈 시도가 이뤄졌다고 분석한다. 환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 등이 없는 상황을 악용해 뇌전등을 병역 비리 도구로 썼다는 것이다. 김 처장은 “좀 더 수사가 필요하겠지만 강하게 항의한다고 약 처방이 이뤄진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뇌전증 환자에 대한 정확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면 일어나지 못했을 일”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병역 면탈자와 브로커가 뇌전증의 특징을 교묘하게 이용했기 때문으로 봤다.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이번 뇌전증 병역 비리는 가족이 응급 신고를 하는 등 치밀하게 이뤄졌다”며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추적 관찰을 할 수 없어 가족의 진술이나 환자의 강력한 요청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한 뇌전증 환자 가족은 “이번 병역 비리 혐의자들은 정말 파렴치하다”며 “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했다”고 말했다.

협회는 뇌전증 환자 관리와 지원을 골자로 하는 법을 제정해 가짜 환자 양산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뇌전증 관리 및 뇌전증 환자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관련 법안이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협회는 정부의 소극적 자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정부가 법 제정에 소극적이다 보니 국회에서 논의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는 단발성 지원정책보다는 지원법을 통한 장기적 지원과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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