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의 첫 부산 일정이 진행된 4일 오후 부산 사하구 을숙도생태공원.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야외방생장에 서 있던 실사단 8명과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관계자들 앞에서 큰고니 한 마리가 뒤뚱거리며 인공습지 쪽으로 걸어갔다. 큰고니는 이내 입수하더니 우아하게 헤엄치며 멀어졌다. 생태공원 내 야생동물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마친 철새가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이날 새 5마리를 직접 방생한 실사단은 연신 “와우”란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특히 큰고니가 방생되자 한 실사위원은 “드디어 친구들을 찾았군요”라며 흐뭇해했다고 한다. 이 습지에는 한쪽 날개를 잃은 다른 큰고니 한 마리가 2013년부터 살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을 모토로 내건 부산엑스포의 취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부산시, 엑스포유치위원회는 철새 도래지 을숙도생태공원을 실사단의 첫 부산 방문지로 정했다. 자연친화적인 엑스포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을숙도는 1970년대까지 ‘동양 최대 철새 도래지’로 불렸다.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 개발 과정에서 1980년대부터 생태계가 크게 훼손됐다. 1990년대에는 해양 분뇨처리장과 쓰레기 매립장까지 들어서며 혐오 지역이 됐다.
하지만 “생태계를 복원하라”는 시민들의 요구 속에 1994년 쓰레기 매립장을 이전하고, 2000년대부터 철새 서식 환경을 복원하기 위한 사업이 진행됐다. 흙더미와 파밭 등을 걷어내고 습지와 생태탐방로 등을 설치했다. 이후 철새들이 다시 섬을 찾으며 지역을 대표하는 생태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07년 낙동강하구에코센터가 완공되고, 야생동물치료센터가 생기면서 부상당한 철새들을 치유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이 추가됐다. 2009∼2012년 총 37만5000㎡(약 11만4000평) 규모의 생태공원도 조성했다.
박은하 2030부산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장은 “훼손된 자연을 복원시킨 을숙도는 다른 도시에선 보기 힘든 ‘자연과의 공생터’”라며 “인류가 함께 자연을 보전하며 문명을 발전시키자는 뜻을 전달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해 첫 방문지로 골랐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