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잇따른 산불로 전국 곳곳에서 공무원 비상소집 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대전시가 소속 공무원들에게 보낸 단체 문자가 ‘성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2일 대전 서구 산직동과 맞닿은 충남 금산군 복수면에서 산불이 나자 대전시청 산림녹지과는 모든 직원에게 ‘산불 긴급 비상소집’ 문자를 발송했다.
소집된 공무원들은 민가 근처 불을 끄는 것은 물론, 인근에 있는 요양원과 병원 입소자의 대피를 돕는 일 등에 투입돼 산불 대응에 힘을 보탠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된 건 같은 날 오후 6시 55분 2차로 발송한 문자메시지였다. ‘산불현장에 비상대기 중 여직원 및 집결 중인 여직원은 귀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밤 10시 48분에는 또다른 문자를 보냈는데 “내일 산불 비상근무, 본청 남자직원들은 아침 6시까지 동편 주차장 버스에 탑승바람”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문자는 익명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대전은 산불 나면 남자만 공무원인가?” “남자는 여자보다 호흡기가 튼튼한가” “공무집행에 남녀가 어디 있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건강이나 질병, 사정이 아닌 성별을 잣대로 산불 대응 인력을 규정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여직원들도 이런 ‘근무지침’이 불편한 건 마찬가지다. 이미 산불 투입돼 근무했는데도 일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어 “배려 받는 느낌보다는 소외감이 들수 있다”는 지적이다. 평소 성인지 감수성 교육과도 배치된다는 의견들도 줄을 이었다.
논란이 일자 대전시 측은 “산불 진화라는 업무 특성상 신체적으로 여성분들보다는 남성들이 유리한 것은 맞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언론에 밝혔다. 그러면서 “사려 깊지 못했다. 향후 산불 비상근무에는 남녀 직원 구분 없이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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