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부구치소가 직원 복지 명목으로 세금 8000여만 원을 들여 스크린 골프연습장을 만들려다 법무부 지시로 철회했다.
동부구치소는 지난달 17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서울 동부구치소 GDR 스크린 골프장비 소액수의계약 견적제출 긴급 안내공고’를 냈다.
공고에는 스크린 골프 시스템, 카메라, 프로젝터, 오토 티업 등 구치소 직원들이 이용할 골프 퍼팅 연습 시설을 설치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설치 예산으로는 7920만 원을 배정했다.
구치소 측은 공고를 낸 지 나흘 뒤 해당 사업을 입찰에 부쳤고 총 33개 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6912만 원을 제시한 업체가 1순위로 선정됐다.
2017년 개소한 동부구치소는 아파트형 신축 구치소라 실외 공간이 다른 구치소보다 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치소 측은 “공간적 한계로 인해 테니스장 1개 외에 직원 체육시설이 없다”며 “올해 초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좁은 공간에서도 운영할 수 있는 실내 골프연습실 설치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일각에선 세금을 들여 스크린 골프장을 짓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교정당국은 “격오지 근무 직원들의 체력향상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경북 청송 지역 교정시설에도 야외 골프연습장을 설치·운영하고 있다”며 “지역 주민에게도 개방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반경 500m 내에 스크린 골프장이 10곳 가까이 있는 동부구치소와 청송 지역 교정시설 상황은 다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법무부는 동부구치소 스크린 골프장 설치 계획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한동훈 장관이 언론 문의 후 추진 상황을 보고 받고 지난달 31일 예산 집행의 적정성 등을 고려해 동부구치소 골프연습장 설치를 전면 중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당초 해당 사업에 대한 장관 보고나 사전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상대적으로 예산 집행액이 적은 사업은 장관 보고 없이 위임 전결이 이뤄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정과 상식을 기준으로 국민 눈높이에서 예산 집행 과정을 점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폐쇄적인 시설인 구치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기에 직원 복지 문제를 더 고려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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