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교통을 지도하는 녹색어머니회 관계자를 무시한 채 그대로 돌진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운전자가 결국 범칙금 처분을 받았다.
지난 3일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보행자 보호, 꼭 누가 다치고 죽어야만 바뀌려나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사건은 지난달 29일 오전 8시20분경 경북 영주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일어났다. 제보자 A 씨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학교 정문에서 내려주고 건너려는데 중앙선을 침범한 SUV 차량이 녹색어머니회 (회원)분들을 무시하고 돌진했다”고 주장했다.
A 씨가 공개한 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학교 앞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녹색어머니회 회원 3명이 교통 지도를 하고 있다. 이미 학생 여럿이 횡단보도를 건넜고, 한 아이가 뒤따라 뛰려는 상황. 이때 멀리서부터 중앙선을 넘어 달려온 SUV 한 대가 멈추지 않고 횡단보도를 향해 돌진했다.
깃발을 들고 아이들에게 길을 터주던 녹색어머니회 회원은 깜짝 놀라 깃발로 아이를 막았다. 횡단보도 한가운데 서서 차량을 통제하던 회원도 SUV가 멈추지 않자 뒷걸음치며 물러났다. 횡단보도를 통과해 도로 한쪽에 정차한 SUV는 아이 2명을 내려주고 유유히 떠났다.
A 씨는 시청으로부터 CCTV 영상을 받아 경찰서를 찾았다. 그러나 사고가 난 게 아니라 형사사건 접수가 불가능하고, 행정상의 이유로 CCTV 영상에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어 범칙금과 벌점도 부과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A 씨는 “누가 꼭 다치고 죽어야만 뭔가가 바뀌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변호사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보행자보호의무 위반으로 벌점과 범칙금 모두 2배”라며 “모자이크 때문에 번호가 안 보여서 처벌을 못 한다니, 경찰이 시청에 가서 (원본 영상을) 달라고 요청하면 되는 것 아니냐. 일벌백계로 무겁게 처벌해야 옳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SUV 차량 운전자 B 씨는 지난 4일 오후 2시30분경 영주경찰서 민원실에 자진 출두했다. B 씨는 경찰에 “지인을 통해 유튜브에 유포된 영상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B 씨에게 도로교통법 제27조 1항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 통행 보행자 보호 위반’ 혐의를 적용해 범칙금 12만 원과 벌점 20점 부과 통고처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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