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3000개 규모 산림 태웠지만
불끄는 소방대원-자원봉사자에게
주민들도 나서 무료식사-커피 제공
“마음이 따스해진다” 누리꾼 댓글
“목숨 걸고 불 끄는 데 우리라고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리 내포횟집 주인 전명란 씨) “엄마, 우리가 식당을 하니 소방대원 등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죠. 불이 꺼질 때까지….”(전 씨의 딸 김영미 씨)
2일 충남 홍성과 금산에서 발생한 대전·충남지역 대형 산불은 축구장 3000개 규모의 산림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주택 등 73개 동이 소실돼 삶의 터전도 사라졌다. 하지만 아픔을 치유할 만한 주민들의 따스한 온정이 뒤늦게 전해지고 있다.
홍성군 남당리 내포횟집이 소방대원과 군인, 경찰과 공무원 등 진화 인력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 것은 화재 첫날인 2일 오후부터. 이날 오전 11시경 발생한 산불은 2시간 만에 대응 1단계에서 3단계로 상향될 만큼 심각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도청 전 공무원 동원령을 내리기도 했다.
화재가 청룡산에서 북서쪽으로 확산되자 진화 인력도 순식간에 2000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화선(火線)이 워낙 급속하게 확산한 터라 누구도 진화 인력을 위한 식사 준비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전 씨 모녀가 무료 식사를 결정한 것은 이날 오후 날이 어두워지면서 인근 남당항을 찾은 소방대원들 때문. 전 씨 모녀는 소방대원들의 손을 이끌고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제철을 맞은 주꾸미로 볶음을 하고 바지락탕, 그리고 따스한 밥을 내놓았다.
다음 날 아침에는 가게에 걸려 있던 달력을 뜯어 뒷장에 ‘소방대원 및 봉사자분들 무료식사제공, 부담 없이 드시고 가세요’라고 써서 붙였다. 새벽부터 일어나 밑반찬을 준비했지만 순식간에 동이 났다. 묵은지와 콩나물을 넣어 국을 끓이고 제육볶음과 김 등도 내놓았다. 미처 일손이 딸려 슈퍼에서 컵라면도 모조리 가져와 뜨거운 물 옆에 비치했다.
오후 7시까지만 제공하려 했던 무료 식사는 늦게까지 이어졌다.
이웃의 ‘벌써소문난집’ 미선이네도, ‘천도수산’ 영희네도 나섰다. 딸 김영미 씨(39)는 “몇 명이 다녀갔는지 셀 겨를도 없었다. 식사를 하면 불 끄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뿐이었다”고 했다.
근처 카페 뽀르또도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상호가 쓰인 간판 위에 ‘커피 무료, 산불 진화 소방대원, 경찰, 공무원분들 부담 없이 들어오세요. 감사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이런 모습은 같은 날 발생한 충남 금산·대전 산불 현장통합지휘본부가 마련된 대전 서구 기성중학교에서도 목격됐다.
흑석동 새마을부녀회와 대한적십자사 및 의용소방대 부녀회원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교정에 천막을 치고 밥을 하고 국을 끓였다. 밤샘 진화 작업으로 식사도 하지 못한 채 나무 그늘 밑에서 쉬고 있는 대원들에게는 식판에 밥과 국, 반찬을 담아 직접 전달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런 모습들이 지역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자 “저런 분들은 돈쭐나야 한다. 마음이 따스해진다”는 누리꾼들의 글이 잇따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