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학교 폭력 가해자의 징계 기록 보존 기간을 늘리고 대입 수시 모집뿐만 아니라 정시 모집에도 반영하도록 하는 학폭 근절 대책을 추진한다. 이뿐만 아니라 취업에도 학폭 기록을 반영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한다. ‘정순신 사태’로 학폭에 대한 국민 여론이 들끓자 서둘러 대안을 내놨지만 실효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국민의힘과 교육부는 ‘학폭 대책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학폭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1∼9호로 나뉜다. 퇴학(9호)은 학생부에 영구 기재되지만 전학(8호)∼사회봉사(4호)는 2년간만 기록이 보존된다. 이 보존 기간을 최대 10년으로 늘려 입시, 취업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록 보존 기간을 늘리는 것은 학폭 결과가 대입 전형에도 영향을 미치게 해 그 책임을 무겁게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당정은 그간 학폭 기록이 입시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던 정시에서도 학폭 가해자가 불이익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은 학폭 가해자로 강제 전학 조치를 받고도 정시를 통해 서울대에 입학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전국 162개 일반대의 대입 전형을 조사한 결과,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선 86%가 학폭 기록을 반영한 반면에 정시에서의 반영 비율은 3%에 그쳤다. 최근 고려대와 성균관대, 중앙대 등은 2025학년도 정시부터 학폭 이력을 입시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된 안대로라면 대학들은 학폭 징계 조치 경중에 따라 ‘전학은 몇 점 감점’ ‘출석정지는 몇 점 감점’ 식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는 학폭 기록을 최대 10년간 보존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학생의 반성을 어렵게 하는 ‘낙인 효과’는 큰 반면에 실효성은 높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기업에 학폭 기록을 반영하도록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각종 학폭 예방 대책에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심의 건수는 2020년 8357건, 2021년 1만5653건에서 지난해에는 1학기에만 9796건을 기록하는 등 증가 추세를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엄벌주의’의 부작용으로 가해 학생 측의 법정 소송만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학폭 가해 학생이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등 불복 절차를 밟은 건수는 2020년 587건에서 지난해에는 1133건으로 급증했다.
형평성도 문제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은 “더 질 나쁜 범죄로 소년 보호처분을 받아도 학폭이 아니라면 전과는 물론이고 학생부에도 기록이 남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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