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교 붕괴에 시민들 불안 확산
분당 개발때 지은 ‘겹침 이음’ 교량
붕괴 사고에 취약… 전수 조사해야
경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검토
“정자교가 무너지는 걸 보고 너무 불안해 탄천으로 내려가 돌다리를 건넜어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70대 남성 정모 씨는 전날 분당구 정자교 붕괴 사고로 2명의 사상자가 난 걸 보고 불안해 탄천 위 교량 건너기를 포기했다고 6일 밝혔다. 정 씨는 “지하철을 타려면 매일 탄천을 건너야 하는데 수내교와 불정교에서도 침하 현상이 나타나 걱정이 크다”며 “전날 사망한 김모 씨도 출근 중이었다는데 날벼락 아닌가. 정밀 진단이 끝날 때까지는 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돌다리만 이용할 것”이라고 했다.
● 정자교·불정교·수내교 보행로 차단
분당구 내 탄천을 가로지르는 교량 24개 중 문제가 발견돼 통제 조치가 내려진 교량은 6일 현재 총 3개다.
성남시는 5일 오전 9시 45분경 정자교 붕괴 사고 발생 직후 탄천 교량을 긴급 점검한 결과 상류 방향으로 약 900m 떨어진 불정교에서도 보행로 침하 현상이 확인돼 차도와 보행로 양방향 통행을 전면 차단하고 있다. 이후 정자교에서 하류 방향으로 약 1.7km 떨어진 수내교에서도 보행로 일부가 기울어 5일 오후 8시경부터 보행로 양방향을 통제 중이다.
6일 오전에 찾은 수내교는 한눈에 보기에도 보행로가 울퉁불퉁한 상태였다. 수내교 앞에서 만난 20대 여성 신모 씨는 “평소 수내교를 지나갈 때 난간 일부가 끊어진 걸 보고 불안감을 느낀 적 있다”며 “정자교 같은 사고가 다른 교량에서도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통제 중인 교량 3곳의 공통점은 30여 년 전 분당 개발 당시 지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분당구의 다른 교량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주민 불안이 확산되면서 성남시와 경찰, 소방에는 탄천 주변 교량의 안전에 대한 민원이 수십 건 접수되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추가 다리 붕괴 우려가 나온다. 이재훈 한국교량및구조공학회 회장(영남대 교수)은 “분당 개발 당시 돈이 적게 들지만 한 번에 무너질 위험이 큰 겹침 이음(철근을 겹쳐서 철사로 묶는 연결) 방식이 보행로 설계에 활용됐다”며 “해당 방식으로 설계된 교량에 대해 정밀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분당구의 탄천 횡단 교량은 과거 정밀점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2년 전 정밀점검에서 정자교와 수내교는 ‘보통(C)’ 등급을, 불정교는 ‘양호(B)’ 등급을 받았다. 분당구에 있는 탄천 횡단 교량은 모두 20개인데 2021년 정밀점검을 받은 16곳 중 9곳(56%)은 ‘보통’ 등급을, 7곳(44%)은 ‘양호’ 등급을 받았다. 다만 이 다리들은 지난해 하반기 정기점검에선 모두 ‘양호’ 등급을 받았다. 정밀점검은 2년에 한 번씩 장비를 동원해 실시하는 것이고 정기점검은 육안 등으로 외관만 확인하는 것이다. 김영민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는 “균열이 생기는 부분은 아스팔트로 덮여 있어 정기점검에선 발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성남시와 분당구 교량 업무 담당자를 불러 정기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은 배경과 그동안의 안전 정비 및 보수 과정을 조사 중이다.
● 중대재해법 적용도 검토
경기남부청은 정자교 붕괴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이 가능한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중대시민재해는 길이 100m 이상의 교량에서 사망자 1명 이상 또는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할 경우 해당된다. 정자교는 총길이가 108m이고 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법이 적용될 경우 신상진 성남시장이 고발될 수 있다. 다만 사고 원인이 지자체의 관리 소홀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성남시는 시내 전체 교량 211개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성남시 관계자는 “2주 안에 수내교 등 탄천변 인근 교량 전수 조사를 빠르게 진행하고 나머지도 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등 다른 지자체들도 노후 교량 안전점검에 착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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