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대표 징역 1년6개월 집유 선고
법원 “회사, 하청직원 사망에 책임
근로자, 안전난간 철거 관행도 문제”
법원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원청 기업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여 만에 내려진 첫 판결이다. 노동계는 “근로자가 숨져도 대표는 집유로 풀려난다”며 비판했고, 재계에서는 경영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6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중소 건설사 온유파트너스(원청)의 정모 대표와 법인에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집행유예 3년,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청업체 아이코닉에이씨는 벌금 1000만 원, 원·하청 현장소장 2명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5월 경기 고양시의 한 요양병원 증축 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으로 기소됐다.
법원은 원청 회사와 정 대표에 대해 “회사가 안전대 부착, 작업계획서 작성 등 안전보건 규칙상 조치를 하지 않아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했다”며 “피고인들이 업무상 의무 중 일부만 이행했더라도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최근 사업주 및 도급인에 대해 무거운 사회적, 경제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에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인정한다는 의미다. 다만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에 대해서는 건설노동자 사이에서 안전 난간을 철거하는 관행이 만연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사측에 돌리기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기업들은 ‘사망 재해가 발생해도 집유로 풀려난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하청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원청 대표이사를 처벌한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형량에 대해서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논평을 냈다.
재계는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대표이사가 현장소장보다 더 높은 형량의 징역형을 받은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전승태 한국경영자총협회 산업안전팀장은 “우려했던 과도한 형벌이 현실화돼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사법 리스크가 더 커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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