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수사자료가 더불어민주당 기자회견에 활용된 것과 관련해 검찰이 재판부에 경위 파악과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7일 이 전 부지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27차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최근 법정 증인신문 녹취록이 유출된 것과 관련해 지난달 21일 재판부가 경고했는데, 이튿날인 22일엔 사건 증거자료가 유출돼 민주당 홈페이지에 게시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19일 이재명 대표가 페이스북에 이 전 부지사 재판 증인신문조서(녹취서) 일부를 올린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은 같은달 21일 법정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재판부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경고한 바 있다. 이후 이 대표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그런데 다음날 민주당 홈페이지에 ‘드러난 증거는 무시하고 답정기소(답이 정해진 기소)한 쌍방울 수사, 검찰은 북풍 조작 수사를 멈추십시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이 올라왔다. 게시물 말미엔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나노스의 투자유치(IR) 자료 일부가 첨부됐다.
문제는 공개된 IR이 검찰이 쌍방울그룹으로부터 확보해 법원에 제출한 증거로, 따로 공개된 자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검찰은 “해당 기록은 검찰에서 열람·등사된 것으로 보인다”며 “형사소송법(제266조의16)은 재판기록을 목적 외로 제3자에게 교부하는 행위를 엄중하게 금지하고 있고 위반 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그 자료가 사실과 다르게 왜곡 해석돼 특정 피고인을 옹호하는 데 쓰이고 있다”며 “불법 유출된 자료를 갖고 민주당이 기자회견을 하고, 이 대표가 최고위에서 언급하는 건 법정에서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것이다. 재판부는 위법을 바로잡기 위해 증거 기록 유출에 대해 엄중 경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피고인의 검찰 수사 입회 변호사가 기록을 알아야 한다고 해서 준 적 있다”며 “그분이 어떤 이유와 경로로 (민주당에) 자료를 줬는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희도 당혹스럽고, 죄송하다. 다만 피고인은 구치소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검찰 측 주장에 일리가 있다”며 “이런 일은 실정법 위반으로 가지 않더라도 재판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칠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변호인은 혹시나 검찰 측이 언급한 것 같이 다른 형태로 유출된 사정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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