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는 유모 씨가 구속된 가운데, 유 씨는 주범으로 지목된 이경우(36)를 두고 ‘언제든 청부살인이 가능한 사람’이란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경찰은 이경우가 유 씨의 지시를 받은 후 자신의 대학 동문인 공범 황대한(36)과 연지호(30)를 끌어들여 피해자 A 씨를 납치, 살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납치, 살인을 청부했다는 의심을 받는 유 씨 부부와 A 씨는 가상화폐 퓨리에버가 거래소에 상장되기 전 함께 투자한 초기 멤버였다. 유 씨 부부는 “퓨리에버 가격이 많이 오를 것”이라며 지인들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거래소 상장 전 유 씨 부부와 A 씨가 유치한 투자금만 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1월 거래소 상장 직후 급등했던 시세는 2021년 1월 폭락했고 투자 손실 책임을 놓고 유 씨 부부와 피해자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다. 유 씨 부부는 당시 자신의 권유로 퓨리에버를 산 투자자들로부터 심한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초기 투자자는 “유 씨의 아내가 조직폭력배들에게도 투자를 종용했는데 (가격이 폭락하자) 굉장히 난감해하고 다급해했다”며 “건달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왜 안 오르냐고 따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 씨 부부는 A 씨가 폭락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고 있다며 A 씨에 대한 원한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유 씨는 2021년 초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로 A 씨를 제외한 다른 초기 투자자들을 불러 모았다고 한다.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한 투자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 씨가 당시 A 씨를 ‘나쁜 ×’이라고 부르면서 특수부대를 나온 이경우가 중국 교도소에 있는 죄수들을 빼내서 사람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 씨의 부인 황모 씨는 한 투자자와의 통화에서 A 씨를 ‘죽이겠다’고 발언한 적도 있다. 동아일보가 확보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2021년 2월 25일 유 씨의 부인 황 씨는 “A 씨가 가지고 있는 코인 때문에 MM(Market Making·시세 조작)을 못 하고 있다”며 “저 미친 × 내가 직(죽)일 거다”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오전 0시 57분경 강도살인교사 혐의로 유 씨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 씨가 자신들 부부와 A 씨 사이의 갈등을 잘 알고 있는 이경우에게 4000만 원을 건넸고, 범행 직후 두 차례 만난 점 등을 토대로 유 씨가 살인을 청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유 씨와 이경우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일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 씨의 신병을 확보한만큼 피해자와의 관계와 이경우에게 범행을 지시한 동기 등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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