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폭스 국내 첫 지역감염]
해외여행-확진자 접촉 이력 없어
당국, ‘숨은 전파’ 의심인물 추적
국내에서 처음으로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지역사회 감염자가 발생했다. 최근 3개월 내 해외여행 이력이 없는 첫 확진자다. 방역 당국은 ‘숨은 전파자’가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추가 감염 여부를 조사 중이다.
9일 질병관리청은 한국인 A 씨가 7일 유전자 검사에서 국내 6번째 엠폭스 확진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A 씨는 앞선 확진자 5명과 달리 해외에 다녀온 적이 없고, 해외 유입 확진자와 접촉한 적도 없었다. 질병청 관계자는 “A 씨는 해외 유입과 무관하게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A 씨에게 엠폭스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들을 찾고 있다. 그중에는 지난달 엠폭스 의심 증상을 보인 B 씨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A 씨와 접촉한 이들을 상대로 엠폭스 의심 증상 유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엠폭스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발진성 질환이다. 아프리카 국가에서 유행하다가 지난해 5월 영국을 시작으로 세계로 퍼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같은 해 7월 엠폭스에 대해 최고 경계 수준인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엠폭스 ‘숨은 전파자’ 지역사회 활보 가능성… 감염경로 파악 총력
국내 첫 엠폭스 지역감염
‘숨은 전파’ 의심인물 감염파악 난항 첫 지역감염 접촉자 면밀 모니터링 백신 5000명-치료제 500명분 확보 “지역감염 본격화땐 부족 우려”
방역 당국은 첫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지역사회 감염자인 A 씨의 감염 경로와 접촉자를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숨은 전파자’가 여전히 지역사회를 활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전파를 초기에 차단하지 못하면, 자칫 지난달부터 유행이 본격화한 일본, 대만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의심 증상 있었지만… 다수 접촉
질병청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말부터 피부 발진 등 엠폭스 의심 증상을 보였다. 상태가 점차 심해지자 이달 3일 국내 한 의료기관을 찾았다. 당시 의사는 엠폭스가 아닌 다른 감염병을 먼저 의심하고 검사했다. 전부 음성으로 확인되자 6일 관할 보건소에 엠폭스 의심 신고를 했고, 다음 날(7일) 유전자 검사 결과에서 양성으로 확인됐다. 질병청은 A 씨가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고 상태가 양호하다고 밝혔다.
A 씨는 피부 발진이 나타난 이후에도 며칠간 지역사회에서 여러 명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가운데 엠폭스 의심 증상을 나타낸 사람은 9일 현재까지 아직 없다고 한다. 다만 당국은 잠복기가 통상 7∼10일, 최장 21일인 점을 감안해 접촉자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A 씨의 감염 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역학조사 결과, 지난달 13일 발생한 국내 5번째 엠폭스 확진자를 포함한 기존 확진자들과도 접점이 없었다. 다만 방역 당국은 A 씨가 의심 증상을 보이기 전에 접촉했던 B 씨를 주목하고 있다. B 씨는 지난달 엠폭스 의심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B 씨는 당시 방역망에 포착되지 않았고 현재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엠폭스 검사는 주로 피부 병변에서 조직을 채취해 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피부 증상이 사라진 후에는 감염 이력을 밝혀내기 어렵다.
● 백신-치료제 부족 우려… “감염 경로 밝혀야”
A 씨는 국내 엠폭스 확진자 가운데 해외 유입 관련성이 없는 첫 사례다. 기존 확진자 5명 가운데 3명은 독일, 아랍에미리트 등을 방문한 이력이 있었다. 나머지 2명 중 1명은 의료진인데 엠폭스 확진자를 치료하던 중 감염됐다. 다른 1명은 해외여행객과 밀접 접촉했다.
질병청은 이미 확보된 백신과 치료제에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방역 당국은 엠폭스에도 일부 효과가 있는 3세대 두창 백신을 5000명분, 엠폭스 치료제를 약 500명분 확보한 상태다.
다만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하면 이 같은 대비 태세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8월 하루 평균 1000명이 넘었던 전 세계 확진자는 지난달 들어 30명 이하로 줄었지만, 이 중 상당수가 우리나라와 인접한 일본과 대만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청은 지난해 6월 22일 국내 첫 환자 발생 당시 위기경보 수준을 총 4단계 중 3번째로 높은 ‘주의’로 상향했다가 국내외 상황이 안정되자 올 2월 20일 ‘관심’으로 낮춘 상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어디서 어떻게 감염됐는지를 모르는 환자가 발생한 건 중대한 일”이라며 “꼬리를 무는 감염을 막으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감염 경로를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엠폭스는 ‘원숭이두창’이라는 옛 병명이 차별과 낙인을 조장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바꾼 이름이다. 질병청은 지난해 12월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병명을 엠폭스로 바꿔 부르되 6개월간 엠폭스와 원숭이두창을 함께 사용하는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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