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만취 운전자에 의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배승아 양(9)의 유가족이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승아 양의 오빠인 배모 씨(24)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언론도 그렇고 주변인들도 그렇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이든 뭐든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이 많이 표출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사고는 8일 오후 2시 20분경 대전 서구 둔산동 문정네거리에서 발생했다. 문정네거리는 인근에 문정초, 탄방중, 충남고 등 학교가 밀집해있다.
당시 가해자가 운전하던 SM5차량은 좌회전하다가 차선을 넘어 오른쪽 도로 경계석을 들이받고 중앙선을 넘어 인도로 돌진하면서 9~12세 어린이 4명을 덮쳤다. 이중 승아 양은 의식을 잃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이송됐다가 하루 만에 숨을 거뒀다. 나머지 아이들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의 신고로 운전자 방모 씨(55)는 현장에서 검거됐다. 방 씨의 중알코올농도는 0.108%로 면허 취소 수준에 달했다. 방 씨는 사고 당일, 모임 때문에 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좌회전 당시 속도를 제어하지 못해 도로 경계석에 충돌한 뒤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은 것 같다고 진술했다.
유족 배 씨는 “(승아가) 친구들과 다이소 구경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며 “승아가 돌아오면서 친구들하고 더 놀고 싶다고 (사고 나기) 15분 전쯤에 전화를 했는데 그게 마지막 통화가 됐다”고 말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운전자 방 씨는 사고가 나고 하루에서 이틀이 지났는데도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만취 상태였다. 경찰 조사도 힘들 정도였다고. 배 씨는 “제가 듣기로는 사고 다음 날 오전까지도 조사를 제대로 못 했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배 씨는 한 달이 지나면 승아 양의 생일이라며 “만으로 10대가 되는 나이인데, 이렇게 떠나게 돼 정말 슬프다”며 “가족들이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이지만 저라도 좀 추슬러서 사고 당시 내용을 알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승아와 저는 15살 터울 남매다. 그래서 승아가 저를 항상 따르고 엄마도 껌딱지처럼 붙어 다녔다”며 “최근에 알았는데 승아 휴대전화 비밀번호가 제 생일로 돼 있더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승아 양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에 많은 시민이 사고 현장에 국화꽃을 놓으며 많은 추모를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배 씨는 “승아가 좋은 곳에 갈 수 있도록 추모해주시고 도와주신 시민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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