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둔산동 문정네거리 사고현장. 지나는 시민들이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배승아 양(10)을 추모하고 있다. 이기진 기자
“언니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지 못해 미안해. 네 미래를 앗아간 나쁜 사람이 꼭 제대로 벌 받게 할게. 너랑은 일면식도 없지만 더 좋은 세상에서 더 예쁘게 빛나길 바랄게.”
“오빠가 노력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할게.”
8일 오후 음주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어 세상을 등진 배슬아 양(10)이 사고를 당한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옆 인도에는 10일에도 배 양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리는 발길이 이어졌다. 9일 오전까지만 해도 부서진 자전거와 차량 부품 등만이 덩그러니 있었던 사고 현장에는 국화꽃과 편지, 과자, 다양한 음료 등이 수북하게 쌓였다. 편지에는 “동네 어딘가에서 마주쳤을지도 모를 승아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언니들이 음주운전 없는 세상 만들어줄게” 등의 글이 잇따랐다.
배승아 양이 숨진 대전 서구 둔산동 문정네거리 사고현장에는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국화꽃과 인형, 과자, 음료, 편지 등이 쌓였다. 이기진 기자이곳을 지나던 최문영 씨(62·여)는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가 아무런 죄도 없이 변을 당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행인은 “매일 걷는 이곳에서 끔찍한 일이 발생할 줄은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이날 오후 현장을 방문해 고인을 기린 뒤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대책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사고가 난 문정네거리는 문정초와 탄방중, 충남고가 있어 주변이 모두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신호등과 교통안내·주의 표지판이 모두 노란색인데다 횡단보도 대기선에도 초록·빨강색 라이트 시설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네거리 중 사고가 난 지점만 도로횡단을 차단하는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대전 서구청의 한 관계자는 “사고 난 지점이 횡단보도와 불과 10m 이내 떨어진 곳으로 무단 횡단 요인이 없는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주변 상인들은 “학교가 밀집돼 있는 만큼 안전펜스 등이 강화됐더라면 목숨만은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가해자 방 모 씨(65)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는 10일 오후 대전지법에서 열린다.
경찰은 방 씨와 현장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위험 운전 수준에서 운전을 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또 방 씨와 함께 술을 마신 동석자 등을 상대로 음주운전 방조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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