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학원가 일대에서 벌어진 ‘마약 음료’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이 제조된 필로폰 음료 100병 중 18병이 실제 학생 등에게 배포된 것으로 확인했다.
10일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배포에 가담한) 아르바이트 피의자 2명이 각 1병씩 먹었고, 미개봉 상태인 36병을 (경찰이) 압수했으며, 나머지 44병은 지령을 내렸던 중국 조직원이 폐기하라고 해서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배포된 18병 중 음용된 것은 7병이고, 안 먹은 게 3병, 확인 안 된 게 8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음료를 마신 피해자는 학생 7명과 학부모 1명으로 집계됐다.
일당은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 등 7명에게 전화와 메시지 등으로 협박했고 이 중 1명에겐 1억 원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과거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에서도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음료를 나눠준 여성 피의자가 과거 대면형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여러 번 활동했다”며 “현재까지 총피해금액 2억 원 규모의 보이스피싱 범죄 11건에 연루된 걸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부터 피싱 조직과 연락을 계속 주고받았고, 이번에도 아르바이트를 제안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경찰은 마약 음료 제조책 길모 씨에게서도 보이스피싱 범죄 정황을 포착했다. 길 씨는 중국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마약 음료 제조를 지시받고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음료 100병을 제조한 뒤 고속버스와 퀵서비스를 이용해 서울의 조직원들에게 보낸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는다.
경찰은 길 씨에게 중국에서 범행을 지시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한국인 20대 이모 씨와 중국 국적의 30대 남성 박모 씨를 윗선으로 특정하고 이들에게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또 출입국당국에 입국 시 통보를, 중국 공안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시중에 유통됐다가 수거된 마약 음료 감식과 중국에서 건너온 빈 병의 배송경로를 추적한 결과 이들이 국내 공범들에게 범행을 지시하고 마약 음료 제조용 빈 병과 상자·판촉물을 보낸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의 지시를 받고 번호 변작 중계기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 김모 씨 또한 이전부터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일을 받아 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김 씨에게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노트북 6대와 USB 모뎀 97개, 유심 368개를 압수해 분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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