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위해 준비한 과자 싹쓸이”…‘공짜 간식’ 명소 된 국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0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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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2층에서 열린 트램 관련 토론회장 다과 테이블 앞에 몰려든 중장년층이 과자를 집어 가고 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2층.

‘대한민국 트램(노면전차) 활성화 국회 토론회’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는 토론회 시작 10분 전부터 운동화를 신고 나들이 복장을 한 중장년층 남녀 10여 명이 커피와 과자 테이블 앞에 모여 있었다. 이 중 3명은 커피와 과자를 챙겨 다시 밖으로 나갔고 나머지는 토론회장 뒤에서 간식을 먹다 금세 자리를 떴다.

토론회 시작 약 10분 후 이곳을 찾아온 중년 여성은 미리 준비해 온 가방에 과자를 한 웅큼 넣고 생수를 챙겼다. 텀블러에 커피를 담은 뒤 커피믹스 5, 6개를 따로 챙겼다. 토론회장 앞에서 만난 이모 씨(76)는 “경남 지역에서 올라온 아파트 부녀회 관광객”이라며 “국회 안에 들어가면 간식을 먹을 수 있다는 얘길 주위에서 들었는데 마침 윤중로 벚꽃 구경을 왔다가 들렀다”고 했다. 또 “토론회 내용은 사실 잘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토론회에 이처럼 간식만 챙겨 떠나는 단체 관광객들이 늘면서 의원실 관계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30일과 이달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6곳을 둘러보니 토론회마다 참석자의 10~20%가량은 간식만 따로 챙겨 떠나는 이들이었다.

국회 의원회관에 출입하려면 신분증을 맡기고 방문 목적과 방문처를 적어야 한다. 하지만 방문 인원이 몰릴 땐 ‘토론회 참석’으로만 적더라도 출입이 가능하다. 국회 의원회관 안내데스크 관계자는 “언뜻 봐도 단순 구경이나 간식 등의 목적으로 의원회관을 찾는 분이 매일 100명은 넘는다”고 했다. 관광을 위해 국회나 여의도에 왔다가 의원회관 구경도 하고 간식도 먹으면서 잠시 쉬어가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의원실은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아예 간식을 비치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토론회 3곳 중 1곳은 간식 대신 생수만 비치했고, 다른 1곳은 간식과 생수 모두 준비하지 않았다.

한 의원실 비서관은 “과자 등 간식을 준비해도 챙겨가시는 분들만 많고 생색이 안 나 최근엔 간단히 마실거리만 준비할 때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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