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서 초1 자녀를 키우는 이모 씨(34)는 10일 기자와의 통화 도중 몇 번이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집에서 아이 학원비 줄이는 것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가능한데, 국가 정책이란 게 이리 쉽게 변해도 되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교육부는 지난달 7일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올해 상반기(1∼6월) 중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26조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자 대책을 예고한 것.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달 5일 사교육비 경감 정책토론회에도 참석했다. 그러다 이틀 뒤인 7일, 이 부총리가 참석한 교육부 간부회의에서 ‘종합 대책’ 대신 ‘개별 정책’으로 갑자기 방향이 바뀌었다.
8, 9일 주말 이틀 내내 조용하던 교육부는 10일 오전 11시경 “종합 대책보다는 실효성 있는 개별 과제를 연중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선정해 내실 있게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사교육비 종합 대책 발표를 철회한 것이다.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자 교육부는 이날 오전 11시 56분 “사교육비 경감 종합 대책은 준비되는 대로 시점을 정해 안내할 예정”이라고 앞선 발표를 뒤집었다. 그러면서도 언제, 정확히 무슨 대책을 발표하겠다는 건지는 말이 없었다.
교육 현장에서는 치솟는 사교육비로 학부모의 허리가 휘고 학생은 학습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정년 없는 고연봉직’ 의사가 사회적 선망의 대상으로 떠오르자 유치원생도 ‘의대 입시’를 위해 사교육을 받는다. 일부에서는 교육부가 발표하려 했던 사교육비 대책이 과거에 나온 대책들을 ‘재탕’한 수준에 그치자 끝내 발표를 못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졌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 교육부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정책 발표를 두 번이나 뒤집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교육비 경감을 주요 과제로 두고 관리하겠다는 의도였다. 사교육비 상승률을 물가상승률 이내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해명했지만 신뢰는 이미 떨어졌다. 한없이 가벼운 교육부의 태도에 불안은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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