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아야,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주지 못해 미안해. 네 미래를 앗아간 나쁜 사람들 꼭 제대로 벌받게 할게. 하늘나라에선 더 빛나게 웃길 기도할게.”
10일 오후 배승아 양(10)이 이틀 전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앞 인도에는 이 같은 편지와 쪽지, 꽃다발과 과자 등이 수북하게 쌓였다. 배 양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기 위한 학교 친구와 일반 시민 등의 발길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사고 현장을 찾은 최문영 씨(62·여)는 “아무 죄 없는 어린이가 어이없는 변을 당한 게 믿기지 않는다”며 “희생자가 더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만취 상태로 음주운전 사고를 낸 방모 씨(65)는 충남도청에서 과장급을 지내고 5년 전 퇴임한 전직 공무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방 씨는 이날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전지법으로 들어서면서 “유가족들께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경찰에서 “사고 당일 낮 12시 반경 모임이 있어서 소주를 반 병 정도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망이나 상해 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는 ‘민식이법’을 적용해 방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및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대전지법은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배 양의 유족들은 “승아와 같은 피해자가 더는 나오지 않도록 경각심을 높이고 싶다”며 배 양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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