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어린이보호구역 내 인도를 걸어가다 만취 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배승아 양(10)의 영결식이 11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이날 오전 8시 30분 배 양의 영정사진이 장례식장에 들어오자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배 양의 어머니는 상실감이 깃든 표정으로 딸이 생전에 갖고 놀던 인형만 손에 꼭 쥐고 있었다.
배 양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전 추모 예배에서도 배 양의 어머니는 고개를 숙인 채 숨죽여 울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어머니는 옆에서 넋 놓고 앉아 있던 아들의 한 손을 자신의 무릎으로 끌어당겨 두 손으로 감싸기도 했다.
이윽고 배 양을 운구해야 할 순간이 왔다. 활짝 웃고 있는 여동생의 영정 사진을 든 배 양의 오빠가 허탈한 표정으로 발인식장을 향했다. 어머니는 인형을 팔에 안은 채 “우리 딸 어떡해” “어쩌면 좋아”라며 가는 길 내내 눈물을 흘렸다.
배 양의 시신을 실은 관이 운구 차량을 향해 이동할 때도 배 양 어머니는 끝까지 관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어머니는 생전에 멀미하던 딸을 생각하며 “우리 딸 멀미해요. 천천히 들어주세요”라는 말을 내뱉으며 오열했다.
대전 정수원에서 발인을 마친 뒤 배 양의 유골함은 서구 괴곡동 대전추모공원에 안치됐다. 배 양 어머니는 유골함 유리창을 어루만지면서 “엄마가 매일 다시 올게. 건강하게 지내, 또 올게. 사랑해”라며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 옆에 있던 배 양의 오빠도 끝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배 양 오빠는 봉안식을 마친 뒤 “가해자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승아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없도록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재발 방지와 엄벌을 호소했다.
배 양은 지난 8일 오후 2시 21분경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중학교 앞 인도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하루 만에 숨졌다.
현장에서 검거된 A 씨(65)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0.108%)이었다. A 씨는 처음 조사에서 소주 반병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한 병을 마셨다고 말을 바꿨다. 법원은 A 씨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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