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키우면 다 그렇지” 뻔뻔한 윗집 때문에 정신병원 신세 진 아랫집[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2일 10시 00분


“애들이 어떻게 집 안에서 사뿐사뿐 걷기만 하나. 뛰어다닐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뭘 이 정도 가지고 항의를 하고 난리를 피우느냐”

층간소음 갈등에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 주민이 많습니다. 자신 혹은 자신의 자녀들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상대방이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 지 아예 모르거나, 애써 부정하는 경우입니다.

이럴 때는 사실 답이 없습니다. 직접 대화하는 것은 삼가야 됩니다. 자기 잘못을 모르거나 외면하는 사람과 직접 접촉해 대형 사고가 일어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혹은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그것도 정 안되면 경고 차원에서 경찰을 부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사례입니다. 층간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벽에다 공 던지는 쿵! 쿵! 소리, 재택근무에 미칠 지경
경기도 광주의 아파트 7층에 사는 직장인입니다. 저는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윗집은 부부와 애 2명인 4인 가족입니다. 2년 전에 이사 왔습니다. 그 이후부터 벽인지 바닥인지 공 던지는 소리가 쿵! 쿵!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랫집인 저희 집에서는 그 소리가 마치 망치 두들기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한번 시작되면 기본이 1시간입니다. 그것도 하루에 한 번이 아닌 몇 번씩이나 반복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작년 가을에 참다못해 윗집에 2번 올라갔습니다. “공 던지는 소리가 울려 생활을 못 하겠고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며 자제를 부탁했습니다. 대화 도중에 느낀 건데 윗집은 자신들이 얼마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지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참기만 하다가는 정말 사람이 정신병에 걸릴 것 같아서 관리실을 통해 또 이야기를 했습니다. 2주 정도 조용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좀 지나니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윗집에서 공 던지는 소리가 들리면 바로 긴장감이 들고, 가슴이 두근거려 업무가 손에 잡히질 않고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이것 때문에 병원 정신과에 다니고 있는데, 업무에 지장이 있어 회사에서 주의를 받았습니다. 소음을 피해 인근 독서실과 카페에서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아이들 문제는 어쩔 수 없으니 이해해 달라”는 윗집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희 집도 애가 3명입니다.

아이들이 날아다니는 나비가 아닌 이상 뛰어다니고, 아랫집에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은 저 또한 아이를 3명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아랫집에서 미치겠다고 항의할 정도면 매트 정도는 깔아주는 게 함께 살아가는 예의와 상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위에서 아이들이 놀고, 집에서는 벽에다가 공을 던지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건 그래도 참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루에 몇 번씩 시작되면 한 시간 이상 계속되는 쿵! 쿵! 울리는 소리는 사람을 정말 미치게 만듭니다. 울릴 때마다 윗집에 올라가서 아래층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들어보시라고 하소연하고 싶습니다. 제가 바라는 건 그거 하나입니다. 제발 공을 벽에 던지지 말아달라고요.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해지는 원인 중의 하나가 소음 발생으로 인한 이웃 세대의 피해 정도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애써 부정하는 경우입니다. 서로 인정하고 해답을 같이 찾으면 해결이 쉬운데 이런 경우는 참 난감합니다.

우선 아파트 관리소(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나 전문가를 통하는 게 좋습니다. 이들과 함께 윗집에서 공을 던지는 상황을 재현하고, 피해가 심하다고 느끼는 장소에서 아래층에 함께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주의할 점은 윗집이 소음의 심각성을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니 직접 대화는 자제하셔야 합니다.

매트 설치가 합의된다면 매트의 두께는 5cm 정도로 하고, 설치되는 바닥과 매트 사이의 공기층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밀착시켜야 합니다. 자신의 집 소파나 책상을 소음이 발생하는 벽에 밀착해서 위층에서 전달되는 벽의 진동을 최소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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