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물주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임대 수익을 포기하고 건물 내부의 점포 일부를 통학로로 만든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전북 전주시 인후동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박주현·김지연 부부는 10년 전 주차장이었던 공간에 건물을 세우면서 건물의 한가운데를 뚫어 전주인후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통학로를 만들어 주기로 결정했다. 공사 과정에서 아이들이 위험하게 쇠파이프 사이를 통과하는 모습을 목격해서다.
박 씨는 12일 동아닷컴과 통화에서 “건물을 지으려고 쇠파이프로 막아뒀는데, 아이들이 한 두 명도 아니고 100~200명이 몸을 구부려서 쇠파이프 사이사이를 들어갔다”며 “아이들에게 ‘위험하니까, 그쪽으로 가지 마’라고 했는데도 며칠이 지나도 그렇게 가더라. 아내와 상의해 여기를 통로로 만들어 ‘아이들의 길’을 만들어주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이 건물의 통로를 거치지 않으면 이면도로(차도와 보도의 구분이 없는 좁은 도로)로 통학해야 했는데, 그쪽은 차들이 다녀 위험했다. 박 씨 부부가 만든 건물 통학로 덕분에 아이들이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건물 통학로를 메워 세를 놓으면 매월 최소 1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박 씨 부부에겐 임대 수익보다 아이들의 안전이 더욱 중요했다.
박 씨 부부의 선행은 그간 지역 사회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었다. 인후초 관계자는 “아이들이 건물 통학로를 많이 이용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런 사연이 있었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박 씨는 “동네 분들이 전부 다 모르고 계셨다가 (최근에 사연이 알려지면서) ‘좋은 일 하셨다’고 한마디 씩 해주셨다”며 “아내와 ‘우리가 좋은 일을 하긴 했나 보다’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다른 사람도 같은 상황을 겪었다면 누구나 그렇게 결정했을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박 씨는 최근 통학로 음주사고로 세상을 떠난 열 살 배승아 양 사건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이 안전한 사회가 되면 귀한 아이들이 음주사고로 억울하게 세상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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