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직지 한국 전시, 현재로서는 할 말 없어”… 5년전엔 대여조건 ‘압류 면제법 제정’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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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50년만에 공개]
“약탈 아닌 佛공사가 구매한 유물”
‘압류 면제법’ 실익 찬반 갈려 무산
전문가 “양국기관 우호교류가 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조선 말기 프랑스로 건너간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직지)을 국내에서도 볼 길이 열릴까.

12일(현지 시간)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를 통해 50년 만에 직지를 일반에 공개한 프랑스국립도서관의 로랑스 앙젤 관장은 11일 직지의 한국 전시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말씀드릴 게 없다”며 확답을 피했다. 다만 직지를 고해상도로 디지털화해 대중과 공유해 왔다고 덧붙였다.

직지는 프랑스가 병인양요 때 약탈했다가 2011년 영구대여 형식으로 사실상 한국에 반환한 ‘외규장각 의궤’와 달리 약탈 문화재가 아니다. 고문헌 수집가로 조선 말기 주한 대리공사를 지낸 프랑스인 콜랭 드 플랑시(1853∼1922)가 구매해 가져간 유물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1970년 채택된 유네스코 협약은 전쟁과 식민 지배 등을 통해 약탈되거나 도난된 문화재를 원소장처에 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직지는 여기 해당하지 않는다.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직지의 국내 첫 전시를 추진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당시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직지 대여 조건으로 한국이 해외 소재 한국 문화재를 들여가 전시할 때 압류나 몰수를 금하는 ‘한시적 압류 면제법’(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는 한국 절도범들이 일본 관음사에서 훔쳐온 금동불의 소유권을 충남 서산 부석사에 넘기라는 1심 판결이 2017년 나온 여파로 해외 주요 박물관들이 한국 문화재의 대여를 기피하던 상황이었다. 법무부는 이 법안이 사법부의 압류 면제 결정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국회에 심사 보류를 요청했고, 결국 법안은 폐기됐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외 소재 문화재가 약 23만 점에 달하는 우리 상황을 고려하면 ‘한시적 압류 면제법’ 제정으로 얻을 실익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법안의 존재만으로 국외 소재 한국 문화재를 대여 전시할 수 있는 협상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이전 법안의 한계를 보완해 새로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제정되면 약탈·도난 문화재를 점유국 소유로 인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불법 반출 문화재나 소유권 분쟁 중인 문화재는 압류 면제에서 제외하면 된다는 반론도 있다.

직지의 한국 전시를 위해서는 양국 기관의 교류가 우선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지현 건국대 세계문화유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법 제정도 필요하지만 직지 대여 전시 논의가 진전되기 위해서는 양국 기관의 우호적 교류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문화재청은 11일 프랑스국립도서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프랑스국립도서관 소장 한국 문화유산에 대한 학술조사와 연구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 등 한국 문화유산 2000여 권을 소장하고 있다.

#직지심체요절#조선 말기#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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