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 거부하자 이혼 소장 내민 아내…통장에선 거액 출금”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4월 13일 09시 34분


본 사건과는 관련없는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본 사건과는 관련없는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부부관계를 원하는 아내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가 이혼 소장을 받은 남성의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1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5년 연애 끝에 결혼했지만, 결혼 생활 5년 만에 이혼을 요구받은 남성 A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A씨는 자신이 “내성적이고 긴장을 잘 하는 성격”이라며 “회사에서 일을 하고 집에 오면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고 체력이 남아있지 않아 부부관계를 할 의욕이 안 생겼다”고 말했다. 아내와 단둘이 사는 것이 만족스럽고, 경제적 부담 때문에 아이를 갖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 부부관계에 소홀했던 것 같다는 입장이다.

그는 “문제는 아내는 아이를 꼭 갖고 싶어 한다. 아내는 결혼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부부관계를 요구했고, 저는 아내가 요구할 때마다 회사 핑계를 댔다”며 “1년 전 아내가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이번에도 변화가 없으면 이혼할 테니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고 하더라”고 했다.

A씨는 “결국 최근 이혼소장을 받게 됐지만 저는 절대 이혼하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최근 아내의 은행 계좌 거래 내용을 확인했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A씨는 아내와 은행 계좌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있었는데, 소송 제기 직전 아내의 은행 계좌에서 천만 원 단위의 거액이 출금되거나 모르는 사람에게 이체된 내역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A씨의 아내는 ‘지인이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빌려준 거다’, ‘과거에 빌렸던 돈을 이제야 갚은 거다’, ‘비트코인이 유망하다고 해서 투자 차원에서 샀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고 한다.

A씨는 “아내가 이혼 소송을 앞두고 재산분할을 줄이기 위해서 일부러 돈을 이체하거나 출금한 건 아닐까”라며 “그렇다면 저는 아무런 대안을 세우지도 못한 채 꼼짝없이 이혼을 당해야 하나”라고 조언을 구했다.

변호사 “부부관계 거부, 이혼 사유 될 수 있어”
사연을 접한 김혜은 변호사는 “성이 은밀한 영역이다 보니 부부간에도 성적 불만을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기가 쉽지는 않다”며 “이 문제가 끝내 원만한 해결이 어렵고 또 누군가에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법원은 부부간의 성관계는 혼인의 본질적 요소라고도 본다”며 “정당한 이유 없이 성관계를 거부하거나 성적 기능의 성적 불능으로 정상적인 성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사 생활의 피로만으로는 5년이라는 긴 기간 성관계를 거부하는 정당한 이유가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 사건은 이혼 사유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재산 분할과 관련해서는 “보통 소송을 제기하는 쪽에서 소장을 접수하기 전에 상대방의 재산에 가압류 또는 가처분을 신청해 마음대로 처분하거나 사용하지 못하게 조치를 취한다”면서도 “이 사안처럼 예기치 못하게 소송을 당한 경우에는 그런 보전 조치를 미리 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혼 직전 재산분할을 해주지 않으려고 정당한 사유 없이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거나 숨긴 때에는 법원에서는 해당 재산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봐 분할 대상으로 포함시킬 수 있다”며 “만약 재산 은닉의 규모가 크고 시간이 지나면 해당 재산을 다시 찾기 어려운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럴 때는 상태가 변경된 재산을 원상태로 돌려놓으라는 취지로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상대방을 강제집행면탈죄로 형사고소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재산 명시 절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당사자 신청에 의해서 또는 가정법원의 직권으로 소송 당사자에게 재산 목록의 제출을 명하는 제도”라며 “이 목록을 바탕으로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 보험사 등에 상대방 명의로 된 재산 조회를 해 구체적인 재산 내역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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