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통신업체 퀄컴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휴대전화 제조업체 등에 부당한 계약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1조300억 원은 정당하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3부(대법관 노정희)는 13일 퀄컴 본사 등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퀄컴의 상고를 기각하며 이같은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날 “퀄컴의 행위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며 시정명령 일부를 취소한 판단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퀄컴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사인 칩셋 제조사에 라이센스 계약을 거절했고, 휴대폰 제조사에는 라이센스 계약의 체결을 강제했다”며 “이런 행위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앞서 2016년 12월 2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신 칩셋’ 특허를 이용해 경쟁사와 휴대폰 제조사에게 갑질을 해왔다며 퀄컴에 과징금 1조300억 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다.
퀄컴은 특허이용을 원하는 사업자에게 휴대전화 생산에 필수적인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를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차별 없이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국제표준화기구 확약(FRAND)를 선언하고 이동통신 분야에서 독점적 보유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공정위는 SEP를 보유한 퀄컴이 경쟁사인 ‘칩셋’ 제조사들에게는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거절하고, 휴대전화 제조사들에게는 특허권 계약을 일방적인 조건으로 체결하는 등의 ‘갑질’을 하며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퀄컴은 과징금 부과 처분과 시정명령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공정거래 관련 소송은 신속한 판단을 위해 서울고법이 1심, 대법원이 2심으로 진행된다. 2019년 서울고법(원심)은 공정위 시정명령 일부는 취소했지만,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퀄컴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처분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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