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에 사는 안모씨(32)는 오는 22일 친구가 살고 있는 강릉으로 여행을 계획했다가 이번 산불로 다시 고민에 빠졌다.
대형재해로 상처를 입은 지역에 놀러간다는 것에 괜히 미안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 이번 산불로 숙소예약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짐작되고, 어린 아들이 동행하는 탓에 산불로 인한 공기질도 걱정된다.
안씨는 “큰 마음 먹고 강릉여행을 갈 생각을 했지만 산불로 선뜻 내키지 않는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관광객들의 우려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날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강릉 여행가는데 괜찮을까요’, ‘산불 영향 있을까요’, ‘강릉 여행 취소해야 하나요’라는 게시글을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 이번 산불로 인해 피해를 입지않은 숙박시설에도 예약 취소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시작되고 있다.
강릉지역에서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A씨는 “산불 발생 이후 당장 이번 주말 예약 취소가 2건 생겼다”며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화마(火魔)가 휩쓸고 간 강릉 경포동, 안현동, 저동 일대는 동해안 대표 관광지인 경포도립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마을로, 대체로 펜션과 같은 숙박시설과 식당이 밀집한 곳이다.
실제 강릉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건물 100동 중 30% 이상인 33동이 펜션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강릉지역 상인들은 강릉으로 여행을 유도하는 캠페인을 준비하는 한편 “강릉에 놀러와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강릉시소상공인연합회는 다음주 쯤 관광진흥협회 등과 서울역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강릉 여행 홍보전을 계획하고 있다.
심훈섭 강릉시소상공인연합회장은 “이번 산불로 관광을 계획하신 분들을 포함해 지역 소상공인 등 상권의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산불로 인해 많은 관광객들이 미안한 마음으로 강릉을 찾지 않을 염려가 굉장히 크다”고 우려했다.
심훈섭 회장은 “강릉을 찾는 것이 또 다른 자원봉사라는 점을 강조해, 올 휴가철에도 언제나 그랬듯 강릉에서 좋은 추억을 쌓고 가시라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주국 한국외식업중앙회 강릉시지부장은 “이제 겨우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나 했는데 산불로 인해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며 “벌써부터 숙박과 식당취소 소식이 들리고 있다”고 걱정했다.
박 회장은 “여름 휴가 전까지 관광지 미관 복구 등 정비작업을 끝내고, 각종 행사를 통해 빠르게 지역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봉 강릉시번영회장은 “코로나19 여파가 끝나가면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숙박업소와 식당들이 리모델링을 한 곳이 많다”며 “이들에겐 엄청난 타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단체들이 서울 등 주요지역에서 강릉관광 캠페인을 하는 아이디어도 고려 중”이라며 “피해 회복이 될 수 있도록 강릉을 많이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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