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승객 발로 차고 난동 부린 취객…변호사 명함 내밀며 고성[사건 Zoom In]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3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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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변호사 만취 후 난동
시민 걷어찬 후 경찰엔 “미란다 원칙 고지해라”

“나 변호사야. 너는 뭔데, 명함 줘 봐.”

11일 오후 10시 5분경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승강장에서 만취한 30대 중반 남성 A 씨가 주변에 몰려드는 시민들에게 소리쳤다.

A 씨는 이날 오후 9시 59분경 지하철에서 내리다가 열차를 타려고 하던 30대 초반 남성 B 씨의 왼쪽 허벅지를 아무 이유 없이 구두로 걷어찼다. A 씨는 황당해하며 말문조차 열지 못했던 B 씨에게 대뜸 “야, 너 몇 살이야”라며 고성을 질렀다.

11일 오후 10시 10분경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승강장에 A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B 씨(맨 왼쪽), 폭행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이 서 있는 모습. A 씨는 열차에서 내리다 B 씨를 발로 걷어찼다. 독자 제공
11일 오후 10시 10분경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승강장에 A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B 씨(맨 왼쪽), 폭행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이 서 있는 모습. A 씨는 열차에서 내리다 B 씨를 발로 걷어찼다. 독자 제공


역무원 3명과 사회복무요원 1명이 시민의 신고 전화를 받고 바로 출동했지만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던 A 씨를 말리기엔 역부족이었다. A 씨는 폭행 목격자들에게 변호사 명함을 내밀며 “나 변호사다. 당신들이 뭔데 끼어드냐”고 소리쳤다고 한다.

이후 A 씨는 지하철에 다시 탑승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 2명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임의 동행을 요구한 경찰에게 A 씨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라”며 “내 몸에 손대지 마라. 나를 체포할 권리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신고가 또 한차례 접수되자 현장에 경찰관 2명을 추가 투입했다.

당시 A 씨가 탑승한 지하철 2호선 신정지선(신도림~까치산) 열차는 승하차 문이 열린 상태로 한때 10분가량 지연됐다. 상황을 계속 지켜보던 승객 한 명은 “당신 때문에 지금 열차 못 가고 있으니까 빨리 내리라”라고 했다. 이에 A 씨는 “이 ○○○야”라고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11일 오후 10시 15분경 A 씨가 지하철 2호선 신정지선 열차 안에서 경찰의 임의 동행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독자 제공
11일 오후 10시 15분경 A 씨가 지하철 2호선 신정지선 열차 안에서 경찰의 임의 동행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독자 제공


열차가 출발한 후에도 A 씨는 “영장 갖고 오시든지”라며 경찰을 향해 삿대질했다. A 씨는 자신이 경찰대 출신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약 20분가량 버티던 A 씨는 태도를 바꿔 신도림역 역무실로 찾아가 B 씨에게 사과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왼쪽 허벅지 전체가 빨갛게 부풀어 오른 B 씨는 A 씨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처벌을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폭행 상황을 목격한 김모 씨(59)는 “법을 안다는 사람이 그러니 더 괘씸해 보였다”고 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현재 A 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A 씨가 출석하는 대로 폭행한 이유와 실제로 변호사로 재직 중인지 등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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