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14일 열렸다. 김 전 대표 측은 동업자에게 받아야 할 돈을 받았을 뿐이라며 알선 의혹을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4일 오전 11시30분께부터 약 2시간30분 동안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혐의를 받는 김 전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 10시56분께 법원 앞에 모습을 드러낸 김 전 대표는 ‘알선수재 혐의 인정하는지’, ‘정진상씨와 친분 부인했는데 면회는 왜 했는지’, ‘최근에도 이재명 측과 연락했는지’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에도 ‘혐의를 인정 하는 것인가’, ‘77억원은 알선 대가로 받은 것인가’, ‘측근 김모씨에게는 왜 전화했는가’ 등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준비된 호송 차량에 탑승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엔 송영천 변호사 등이 입회했다. 송 변호사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둘째 형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김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 77억원 수수 의혹에 대해 “(부동산 개발회사 아시아디벨로퍼) 정모 대표와 동업해서 동업 지분을 받은 것”이라며, “정 대표와 민사소송을 2년 넘게 해서 나온 결정에 따라 받았다”고 반박했다.
김 전 대표는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민사소송의 결과로 받은 77억원은 용도변경 알선 등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다.
김 전 대표 측은 이어 “김 전 대표는 자신이 (별도의 사건으로) 수감 중인 때에 용도변경 허가가 났기 때문에 (그 배경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검찰은 성남시가 김 전 대표 수감 1개월 전에 용도변경을 허가하기로 결정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전 대표 측은 성남시 내부 사정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또 용도변경과 관련해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공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전 대표는 2015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 알선 등 대가로 정 대표로부터 70억원을 약속 받고 총 77억원 및 함바식당 사업권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2015년 9월부터 2017년 4월까지 2억5000여만원, 지난해 초 35억원, 올해 3월 40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혐의를 적용해 김 전 대표에 대해 지난 1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앞서 김 전 대표의 측근으로 이 사건 공범 혐의를 받는 김모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당시 법원은 “압수수색으로 객관적인 증거는 어느 정도 확보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실거주지가 파악된 상황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는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에 대한 사유가 다소 부족하다”고 밝혔다.
백현동 특혜 의혹은 아시아디벨로퍼가 2015년 김 전 대표를 영입한 이후 성남시로부터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높이는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해당 부지에 세워진 아파트 개발 과정에서 민간 임대 계획을 일반분양으로 부당하게 전환해 민간 사업자에게 3000억원 이상의 분양이익이 돌아갔다는 의혹과 함께, 최대 높이 50m 길이 300m에 달하는 거대 옹벽을 설치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번 영장 심사 결과에 따라 당시 성남시 윗선에 대한 수사 여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는 과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4년부터 1년 동안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 전 실장과 300차례 가까이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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