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사고 나는 게 반가워”…안타까운 유족의 호소글

  • 뉴시스
  • 입력 2023년 4월 14일 11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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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운전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유족이 ‘음주 사고가 나는 게 반갑다’는 역설적인 글을 올려 네티즌의 안타까움과 공감을 받고 있다.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음주 사고가 나는 게…반갑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음주 운전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는 작성자 A씨는 “피해자분들한테는 죄송하다. 근데 저한테는 간절하다”고 운을 뗐다.

A씨는 반년 전 아버지가 차를 타고 귀가하던 길에 음주 운전 차량에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가해 차량 운전자였던 동네 주민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불구속 수사를 결정했고, 현재 가해자는 불구속 상태라고 A씨는 설명했다.

A씨는 “가해자는 자기 집에서 따뜻한 밥 먹고 가족들이랑 웃으면서 누가 또 술 먹고 사람 치었다는 뉴스를 보고 있겠죠. 검찰로 갔었는데 경찰 조사 보완하라고 다시 내려왔다더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검찰로부터 경찰 보완 수사 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아버지의 과실이 있고, 가해자가 119에 신고는 안 했지만 피해자를 구조하려는 듯한 모습이 확인됐다는 이유에서였다. 현재 가해자는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A씨의 가족은 변호사를 만나고 무너졌다. 변호사는 “이 정도는 실형 안 나온다. 보완 수사하라는 게 무슨 말이겠냐. 피해자 과실도 본다는 뜻”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변호사는 당시 “검찰로 다시 넘어가기 전에 다른 음주 사고가 화제가 돼서 높은 형량이 구형되길 기다려라. 그러면 이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A씨는 “상담 후로 음주 사고 소식이 반갑다. 슬프고 아픈 사고일수록 더 반갑다”며 “그래서 판사님이 이전 형량보다 세게 때리면 우리 아빠 죽인 가해자가 단 한 달이라도 실형을 살 거라는 기대를 할 수 있으니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고 뉴스를 볼 때마다 ‘집행유예 가능성이 99%라고 했는데 이젠 96%쯤 되지 않았을까. 이제는 80%쯤 되려나’하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배승아 양의 사건에 대해 “모든 뉴스가 스쿨존 얘기만 하더라. 술 취한 사람한테 스쿨존이 무슨 소용인가. 음주운전이 살인 행위라면서 왜 중형으로 다스리질 않는가”라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A씨는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면 언젠가는 가해자를 강하게 처벌해주지 않을까 하고 바라게 된다”며 “이런 기대를 하고 살아야 하는 게 정상이 아닌 걸 안다. 그러나 이런 말도 안 되는 기대를 하고 살 수밖에 없는 세상이 피해자 가족들 앞에 놓여있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제목 보고 욕하려고 들어왔다가 글 읽고 눈물이 났다” “음주 운전 처벌 제발 강화하자” “음주 운전은 살인 행위다”는 등의 반응을 남겼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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