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민 강제북송’ 첫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탈북어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볼 것인가를 놓고 공방을 펼쳤다.
검찰은 헌법과 대법원의 판례를 비춰볼 때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적을 갖는다’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 측은 ‘일제강점기 이후 출생은 법적인 근거를 갖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허경곤 김정근 김미경)는 14일 오후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실장과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 4명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피고인들은 출석의무가 없어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서 간략하게 공소사실을 밝힌 검찰은 “대법원 판례에서도 ‘북한 국적을 가진 사람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명시적인 판결한 사건이 있다”면서 “정 전 실장 등에 대해 헌법의 핵심가치인 법치주의를 근거한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근거로 든 대법원 판례는 지난 1996년 11월12일 선고된 사건으로, 북한의 공민증을 소지한 채 중국을 거쳐 입국한 이영순씨가 법무부 서울외국인보호소의 강제퇴거 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사건을 말한다.
이씨는 입국 당시 편법으로 발급받은 중국 여권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불법입국 외국인으로 간주받아 강제 퇴거 명령을 받았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북한 국적자라 하더라도 헌법상 ‘북한 역시 한국의 영토에 속하는 한반도의 일부’로써 대한민국 주권이 미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반해 피고인 측 변호인은 “해당 대법원 판례는 일제강점기 이전에 출생한 사람에 해당되는 판례”라며 “일제강점기 이후에 출생한 해당 탈북어민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서 탈북어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할 것인지를 놓고 치열한 법리 다툼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국가정보원 등 군사기밀 유지로 인한 피고인들 측의 증거기록 열람·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재판 지연을 우려했다.
재판부는 “열람복사가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 피고인 측은 우선적으로 신청을 해 재판 지연이 없도록 해야한다”고 요청했다. 검찰 역시 재판부의 우려에 “열람복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1월 탈북자 합동 조사에서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어민 2명을 불법·강제적으로 북한으로 보냈다는 의혹이다.
그러나 정 전 실장 등은 어민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고 이들이 동료선원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당시 결정이 적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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