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들고 있는 음주측정기에 붉은색 표시등이 켜지자 경찰이 운전자를 차에서 내리게 했다. 운전자가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았는데 이상하다”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경찰은 종이컵에 생수를 따라주며 입을 헹구고 다시 측정하게 했다. 이 운전자는 두 번째 측정에서 정상이라는 의미로 파란색 불이 들어온 후에야 현장을 떠날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가끔 졸음방지껌 때문에 음주한 것으로 측정되는 경우가 있다”며 “대신 현장에서 술냄새가 나면 정밀 측정을 실시한다”고 했다.
8일 대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배승아 양(10)이 숨지고, 9일 분식집을 운영하며 세 아들을 키우던 김모 씨(49)가 역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나는 등 음주운전 사고가 이어지자 경찰이 집중 단속에 돌입했다. 두 사고가 낮 또는 이른 저녁 시간에 일어난 것을 감안해 7주 동안 낮 시간대에도 전국 곳곳에서 불시 단속을 실시한다.
고은초교 앞 스쿨존 도로에선 경찰 12명이 투입됐는데 2시간가량 진행된 집중 단속에서 적발된 음주운전자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이날 오후 1∼3시 전국 스쿨존 인근 등 431곳에서 단속을 실시해 총 55건의 음주운전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기준(0.08%)을 넘긴 운전자도 13명이나 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주간 시간대(오전 6시∼오후 6시) 음주운전 교통사고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나 늘었다. 전체 음주운전 교통사고에서 주간 시간대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도 22.9%에서 41.2%로 뛰었다. 이날 고은초교 스쿨존 음주단속 현장을 찾은 윤희근 경찰청장은 “음주운전은 잠재적 살인행위”라며 “음주운전자에 대해 법에서 정한 최고 형량의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협의해 엄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