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기억하는 아홉번째 봄, 손 맞잡고 안전사회’를 주제로 열린 광주 청소년 기억문화제에서 청소년들은 9년 전 참사를 되새기기 위한 추모 물결에 동참했다.
가사집과 마이크를 꼭 쥔 채 무대 위로 오른 청소년 합창단은 9년 전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곡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불렀다.
구슬픈 곡조와 앳된 목소리가 광장을 메우자 왁자지껄했던 일대는 차분하고 엄숙해졌다. 때마침 바람도 불어오면서 노란 바람개비들이 쉼 없이 돌았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떼며 1절을 부른 합창단은 간주 도중 먼저 세상을 떠난 언니 오빠를 기리는 듯 잠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시민들도 숨을 죽인 채 합창단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답답하다’ ‘먹먹하다’ 등 혼잣말을 하는가 하면 이따금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9년 전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들과 비슷한 나이가 된 광주 청소년들은 이날 저마다 준비해온 춤과 노래, 악기 연주로 참사를 기리고 예방에 앞섰다.
청소년들은 10여 개의 부스를 열어 방문한 추모객들을 대상으로 저마다 공부한 안전사회 건설 필요성을 역설하고 재난 대처 요령을 알렸다.
심폐소생술 교육에 직접 나서는가 하면 재난 상황에 쓰일 안전 매듭을 묶는 방법이나 구조용 베낭을 싸는 방법 등을 몸소 소개했다.
청소년들은 부스 교육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고사리 손으로 묶은 노란 리본을 전했다.
광주 10대들이 나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이날 행사에 일부 시민들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참사를 직접 겪은 세대가 아님에도 자신의 일인 것처럼 추모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우면서도 미안하다는 것이다.
9살 딸과 함께 문화제에 참석한 장수영(40·여)씨는 “9년의 세월 동안 어른들이 나서 진실을 파헤쳐 줬더라면 2014년의 슬픔이 이렇게 대물림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청소년들이 몸소 나서 9년 전 숨진 아이들을 기리는 모습이 안타깝다. 반성없는 어른들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최해원(38·여)씨도 “부스를 운영하는 10대 중 9년 전 참사를 직접 들었거나 겪어 당시의 아픔을 떠올릴 수 있는 친구들은 드물 것”이라며 “그럼에도 자신의 일처럼 나서 세월호를 추모하는데 동참한다는 것이 기특하면서도 마음아프다”고 했다.
전날부터 운영되고 있는 시민분향소는 이날 오후까지 300여 명의 시민들이 다녀갔다.
한 시민은 먼 발치에서 분향소를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겨 분향소 지킴이들에게 조심스레 헌화·분향 방법을 물었다.
뒤이어 방문한 10대 여자 아이는 함께 찾은 어머니와 함께 수 분 동안 고개를 숙이고 묵념하기도 했다.
김희연(13)양은 “참사를 직접 겪은 세대가 아니라 먼저 떠난 언니 오빠들에 대한 슬픔을 이해하고 싶어 분향소를 찾았다”며 “하고싶은 것도 많았을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이 안타깝다. 아픔을 위로하고 싶다”고 추모했다.
유영석(56)씨도 “매년 4월마다 먹먹한 감정을 풀기 위해 분향소를 찾는다. 분향·헌화하고 나면 답답함이 조금은 씻기는 기분”이라며 “그 무엇도 명확히 드러난 것이 없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이 참사 10주기 전에는 풀릴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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