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점심시간이라기에 조금 이른 11시 울산 동구 화정동에 위치한 북경반점은 다양한 연령대 손님들이 가게 안을 채웠다.
이른 시간부터 북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가격표에 있었다. 짜장면 2000원, 짬뽕 3000원, 탕수육 5000원. 가격표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12년 동안 2000원 짜장면을 고집해오고 있는 울산 동구 북경반점 사장님 최재봉씨(53)는 착한 가격으로 운영하면 남는게 없지 않냐는 질문에 “솔직히 없다”며 “돈벌고 싶으면 저처럼 하지 마세요”라며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최씨는 “한 박스에 8000원하던 양파를 29000원에 가져오고 있어요”라며 양파를 포함한 야채, 밀가루 안오른 재료비가 없어 치솟는 물가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그럼에도 가격 유지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서 “원래도 저렴한 가격에 많이 남는 장사가 아니라 더 힘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전 그냥 최소한의 삶을 살 수 있는 돈이면 됩니다”며 “그 이상의 내 주머니를 채우고 싶은 욕심이 없어요”라고 답했다.
최씨는 “이런 마음이 봉사라면 봉사지만, 그보다 제가 하고싶어서 하는거예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71년생인데 20살까지 고향인 경산에서 초가집에 살았다”며 부유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털어놨다. 제대 후 결혼하고 싶은데 결혼자금이 없어 짜장면 가게를 운영하던 형님한테 무작정 일을 시켜달라고 말해 짜장면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기억하며 저렴한 가게를 운영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최씨는 “돈 아끼려는 50대에서 80대 손님과 돈이 없는 학생 손님들이 특히 많이 온다”며 “그들을 위해서도 가격 올릴 생각이 없이 저렴한 가격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계시장에서 착한 가격으로 칼국수를 20년 넘게 운영해오고 있는 동산분식 사장 정경순씨(63)는 그저 방문해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보람찬 일이라고 말하며 그동안 받은 표창장을 가리켰다.
정경순씨는 “가진 것 없이 시장에 나와 2000원에 칼국수를 팔았어요, 손님들이 20명씩 줄을 서더라”며 초기를 회상했다.
정씨는 고물가시대에 밀가루, 멸치, 다시다 가격이 안오른게 없다며 대부분의 재료가 30~40% 정도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심지어 ‘금’감자가 되어버린 감자는 한 박스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모두가 힘든 요즘 가격을 올려버리면 비싸고 분위기 좋은 곳으로 사람들이 가버리지, 이런 곳에 누가 와준답니까”라며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이유를 밝혔다. 정씨는 내 주머니 조금 더 채우자고 가격을 올려버리면 지금까지 식당을 찾아와준 손님들에게 배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곳에 오래 있다 보니, 손님이 전부 친한 친구 같고 가족같이 느껴진다”며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것 하나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타 착한 가격 업소보다도 500원 저렴한 가게에 손님들은 괜스레 더 미안해하며 500원을 더 내밀곤 한다며 정씨는 좋은 곳에 쓰고자 다 모아두고 있다고 말했다.
칼국수 착한 가격 업소도 보통 500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동산분식은 이보다 500원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북경반점도 마찬가지다. 짜장면 5000원도 착한 가격 업소로 선정되지만, 2000원은 착한가격 업소 중에서도 파격적인 가격이다.
착한 가격 업소는 일반 업소보다 가격적으로 저렴해야 지정될 수 있다. 이 두 가게는 착한 가게중에서도 특히 착한 가게로 꼽힌다.
북경반점의 단골인 한모씨(46)는 “커피 한 잔을 5000원에도 마시지 않느냐”며 “요즘같은 물가에 커피한잔보다 저렴한 짜장면이라니 남는게 있을지 도리어 걱정이 될 정도다”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에 착한 가격을 포기하지 않을까는 우려와 달리, 두 사장님은 찾아주는 손님들을 위해서라도 착한 가격을 유지할 거라고 입을 모았다.
북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착한 가격 업소들은 타 일반 업소보다 저렴한 가격을 컨셉트 삼아 이 점을 경쟁력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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