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집으로 찾아와 맞춤형 조언… 1곳당 온실가스 73kg 줄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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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기자 ‘온실가스 컨설팅’ 체험
가정, 상가, 학교 등 방문 서비스… 관리비 고지서 토대로 현황 진단
집안 곳곳 살펴보며 문제점 알려줘… 지난해 123만9574kg 감축 효과
성과 따라 탄소중립 포인트 지급

13일 본보 이미지 기자(오른쪽)가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강필훈 기획국장(가운데)과 온실가스 컨설턴트 이경순 씨로부터 기자 가족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 컨설팅을 받고 있다. 아래 기자가 이달 받은 관리비 고지서가 보인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3일 본보 이미지 기자(오른쪽)가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강필훈 기획국장(가운데)과 온실가스 컨설턴트 이경순 씨로부터 기자 가족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 컨설팅을 받고 있다. 아래 기자가 이달 받은 관리비 고지서가 보인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냉동고 에너지효율이 5등급이네요. 1등급 제품으로 바꾸시면 에너지 사용을 40% 감량하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어요.”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기자의 집을 방문한 온실가스 컨설턴트 이경순 씨가 부엌에 놓인 냉동고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냉동고에 전력측정기를 꽂고 나타나는 수치를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냉각기가 ‘윙’ 하고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수치가 최대 130Wh(와트시)대까지 치솟았다. 데스크톱 컴퓨터를 사용할 때보다 많은 전력 소모량이었다.

컨설턴트로 함께 온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강필훈 기획국장은 “30평대 4인 이상 가구의 평균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전력 사용으로 인한 배출량이 월 140∼190kg으로 상당량을 차지한다”며 “전력 사용을 줄이는 것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 “연 2522kg 배출… 전기 사용량 줄여야”
2016년 시작된 온실가스 진단 컨설팅 사업은 가정, 상가, 학교 등 비산업 부문을 대상으로 에너지사용량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진단하고, 시설물 교체와 행동 변화를 통해 배출량을 줄일 방법을 조언해주는 사업이다. 환경부가 지원하고 기후위기 관련 민관협력 대응기구인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에서 주관한다. 신청은 전화로 하면 된다.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홈페이지(www.kcen.kr)에서 전국 지사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다. 비용은 무료다.

기자가 직접 컨설팅을 받아보기로 했다. 컨설팅을 받기 전 관리비 고지서 정보를 제출하면 컨설턴트가 전년도 사용량과 인근 동일 평수 대비 사용량을 미리 비교·분석해서 가지고 온다. 컨설팅을 시작하기 전에 그 총평부터 들었다.

환경 문제를 취재하는 기자로서 나름대로 신경 쓰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강 국장은 “이 집의 최근 1년간 총 전기사용량이 5409kWh(킬로와트시)로 아파트 내 같은 호수 평균 대비 45%가량 높다”고 말했다. 기자의 가족이 아이 넷을 키우는 6인 가구임을 감안해도 많은 양이라고 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2522kg. 다른 집보다 연간 평균 778kg이나 더 배출하고 있었다.

반대로 수도 사용량은 월 20t 전후로 성인 1명의 수도 사용량이 월 7∼11t임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적었다. 맞벌이 가정이다 보니 건조기, 에어프라이어 등 집안일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가전은 많이 쓰는 반면, 가족들이 실제 집 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은 적어 물은 적게 쓰는 것으로 추정됐다.

기자와 가족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기사용량 감축이 시급했다. 컨설턴트들과 함께 집을 둘러봤다. 곳곳에서 개선할 점이 발견됐다. 에너지효율 5등급 가전과 과부하차단 스위치가 달리지 않은 멀티탭, 일반 콘센트에 늘 꽂혀 있는 셋톱박스 등이 지적을 받았다. 강 국장은 “셋톱박스는 대기전력이 10W 전후로 높은 편이라 조금 불편하더라도 사용할 때만 켜는 게 좋다”며 “그게 귀찮다면 사물인터넷(IoT) 콘센트를 이용해 필요한 시간에만 전기가 통하도록 설정해놓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연식이 20년 넘은 에어컨들도 문제였다. 기자가 ‘자원을 아낀다’며 지금껏 교체하지 않고 쓰고 있던 오래된 에어컨들이었다. 이 씨는 “제품에 ‘에너지효율 1등급’이라 쓰여 있긴 하지만, 20년 전 1등급은 현재의 1등급보다 효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이 집의 여름철 전기사용량이 유독 높은데 오래된 에어컨과 뙤약볕에 노출된 실외기가 영향이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

● 컨설팅 후 1만6934곳 온실가스 줄여
이날 컨설팅은 이렇게 끝났다. 하지만 석 달 뒤 ‘AS(애프터서비스)’가 진행된다. 컨설턴트들이 다시 연락해 조언 실천 여부와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 변화를 확인하는 것.


환경부에 따르면 컨설팅을 받은 가구의 사후변화를 확인한 결과, 컨설팅 대상의 약 절반이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총 3만4538곳이 컨설팅을 받았는데, 석 달 뒤 1만6934곳(49%)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축량은 총 123만9574kg이었다.

참여 가구 및 기관 1곳당 약 73kg의 온실가스를 감축한 셈이다. “이렇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한 개인이나 기관 관계자에게 탄소중립 포인트를 지급한다”고 이 씨는 말했다. 탄소중립 포인트는 가입자에 한해 에너지 절감 등 친환경 활동을 할 때마다 마일리지를 부여하는 제도로 포인트를 돈으로 환산해 사용할 수 있다.

환경부는 가정과 상가, 학교 등으로부터 개별적으로 신청받아 진행하던 이 사업을 아파트 단지 등 지역공동체 단위에서 단체로 시행할 수 있도록 모집과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반 시민들도 작은 실천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더 많이 참여하도록 독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온실가스 컨설팅#감축효과#탄소중립 포인트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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