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수감중에도…텔레그램 통해 국내 수억대 마약판 조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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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4월 19일 1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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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필로폰을 밀반입, 국내에 유통한 나이지리아인 주거지에서 필로폰을 압수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필로폰을 밀반입, 국내에 유통한 나이지리아인 주거지에서 필로폰을 압수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마약류 범죄를 저지르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조직폭력배가 현지에서 붙잡힌 상태에서도 텔레그램을 통해 국내에 마약류를 유통하다 적발됐다.

19일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도권 지역 조폭 출신 40대 A 씨를 형사 입건하는 등 마약류 유통·판매책 25명과 매수·투약자 33명 등 총 58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중 혐의가 중한 유통책 20명과 매수자 3명 등 23명은 구속했다.

A 씨는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이민국 수용소에서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텔레그램을 통해 국내에 멕시코산 필로폰 3.5㎏(12만여 명 동시 투약분·시가 116억 원 상당)을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국내에서 마약류 범죄를 저지른 뒤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2018년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그는 2020년 9월 현지에서 폭력죄 등을 저지르다 검거됐고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됐다. 필리핀 이민국 수용소는 범죄 혐의로 붙잡혀 추방되기 전 단계에 있는 필리핀 내 외국인이 수용되는 곳이다.

A 씨는 수용소 내 휴대전화 반입이 가능한 점을 악용해 수감 중에도 텔레그램을 통해 국내에 필로폰을 유통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고액 아르바이트’를 빙자한 글을 올려 국내에서 판매책 역할을 할 공범을 모집했다. 또 판매책들이 잠적이나 도주, 자수할 것에 대비해 신분증과 300만~1000만 원의 보증금을 받아두고 필로폰을 판매할 때마다 건당 수만 원의 비용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수용소에서 알게 된 국적 불상의 외국인을 통해 국내 체류 나이지리아인 40대 B 씨를 소개받아 국제특송 화물로 B 씨에게 필로폰을 전달했다.

A 씨는 톱니바퀴 모양의 기어류 부품에 필로폰을 숨겨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해당 기어류 부품을 국내 기업이 요청한 부품 샘플인 것으로 위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톱니바퀴 등 기어류의 경우 기업이 해외에서 샘플을 들여와 바로 연구에 착수해야 해 통관 절차가 관대한 편인데, 이러한 허점을 이용해 필로폰을 밀반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B 씨는 A 씨로부터 받은 필로폰을 ‘던지기’(특정 장소에 물건을 가져다 놓으면 찾아가는 방식) 수법으로 판매책들에게 전달했고, 판매책은 또다시 하위 판매책들을 통해 매수·투약자들에게 판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번에 검거한 유통·판매책 중 20대 초반 C 씨 등 4명에 대해서는 범죄단체조직죄(형법 114조)도 적용했다. 경찰은 사회초년생인 이들 4명이 마약류 포장·운반·판매 등 역할을 분담하고, 범행 및 체포 시 행동 강령을 마련하는 등 범행을 공모한 점에 미뤄 별도로 필로폰 유통 조직을 구성했다고 봤다.

경찰은 필로폰 약 2.6㎏ 등 각종 마약류를 압수했다.

정재남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은 “A 씨를 국제 공조를 통해 조속히 국내에 송환하고, 조직 유통망에 대한 추가 수사도 해나갈 계획”이라며 “마약류 범죄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른 현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총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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