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 중단 또는 유예를 지시한 다음 날인 19일에도 인천에선 피해 주택 11채의 경매가 예정대로 이뤄졌다. 정부가 긴급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사이에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날 인천지법 경매법정에선 전세사기 피해 주택 11채에 대한 경매가 진행돼 1채가 낙찰됐다.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 씨(61)의 전세사기에 당한 피해자 조현기 씨(45)의 집이었다. 조 씨는 “매번 하루만, 한 주만 버티자는 심정이었는데 이제 정말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조 씨는 미추홀구 주안동 아파트 전세보증금 6200만 원 중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최소변제금 2200만 원만 건진 채 조만간 집을 비워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전세계약은 올 10월로 기간이 남았지만 경매 낙찰자가 1개월 내 잔금을 내고 등기 이전을 완료할 경우 기존 전세계약은 효력을 잃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조 씨 같은 사례를 막겠다며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피해 주택 경매 중단 절차에 착수했다. 20일부터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해 금융회사 대출을 해준 경우 6개월 이상 경매에 넘어가지 않도록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경매 절차에 이미 돌입한 경우 매각 처분을 유예하도록 요청한다. 하지만 조 씨처럼 채권자가 대부업체이거나 개인인 경우 경매·매각 유예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또 경매·매각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것이어서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근본 대책으로 피해자들이 거주 중인 주택을 경매 낙찰자에 앞서 사들일 수 있도록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법안 추진이 검토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이 적극 검토를 지시했다”며 우선매수권 부여 방침을 시사했다.
한편 인천시에 따르면 ‘건축왕’ 남 씨 외에도 ‘빌라왕’ 김모 씨 등 악성 임대인 3명이 소유한 인천 내 주택이 3008채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2523채가 미추홀구에 있었는데 지난달 기준으로 2479채의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피해가 확인된 주택 중 1523채는 이미 경매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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