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심의]
해외는 ‘최저임금 결정’ 어떻게
英, 100회 넘는 조사 등 거쳐 권고
최저임금 갈등 요인 미리 차단
노사관계 선진국들은 최저임금을 정할 때 경제 전반에 대한 정확한 통계와 전문가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갈등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과거 업종별로 노사가 협상을 통해 임금을 결정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국가 최저임금제’를 도입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를 운영하고 있다. 최임위는 노사 대표위원 각각 3명, 노사 대표가 공동으로 추대한 중립위원장 1명, 표결권 없이 자문만 담당하는 학계 전문가 2명 등 총 9명이다. 한국처럼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공익위원은 없다.
독일 최임위는 연방 통계청의 직종별 임금수준 자료를 비교해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최저임금을 시급으로 환산하고, 그 금액의 51% 수준을 국가 최저임금으로 정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최임위는) 노사관계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대립으로 치닫기 쉽다. 참여 인원이 많으면 진지한 분석과 논의보다 각자의 입장만 주장하며 ‘머릿수 싸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독립된 ‘전문가그룹(Groupe d′experts)’이 매년 정부와 ‘단체협상 국가위원회’에 국가재정과 경제 전반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최저임금 인상률 보고서를 제출한다. 전문가그룹은 노동·고용·경제부 장관의 추천을 받아 경제·사회 분야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업무와 관련해 정부 지시를 받지 않고 비밀 준수 의무가 있다. 노동부는 사용자 대표 6명, 근로자 대표 10명 등으로 구성된 ‘국가위원회’를 소집해 전문가 보고서에 대한 노사 의견을 청취한 뒤 법정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한다.
영국은 의장 1명, 공익 2명, 사용자 측 3명, 근로자 측 3명으로 구성된 ‘저임금위원회’가 전원 합의를 통해 최저임금액 권고안을 정한다. 위원회는 매년 서면 협의, 대면 협의, 기업 현장 방문,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 등 100회가 넘는 조사와 회의, 심의를 거쳐 최저임금 권고안을 정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연구소 교수는 “영국이나 프랑스는 노사가 모두 인정하는 공신력 있는 전문가들에게 권한을 부여해 인상률을 판단하도록 한다”며 “다만 우리나라에서 어떤 결정을 하든 전문가들이 노사의 압박이나 비판을 피할 수 없어 현실적으로 잘 작동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공식 홈페이지의 ‘최저임금 정책 가이드’에서 정부와 전문가, 통계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ILO는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해야 하며, 국가의 일반적인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독립적인 전문가 그룹과 노사가 객관적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국가통계청 역시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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