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피해자 위해 낙찰 철회하려해도 방법이 없다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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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
낙찰자 “전세사기 모르고 입찰
보증금만 돌려주면 철회 의사”
법원 “규정상 이미 낸 돈 반환 안돼”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피눈물 흘리고 있는데, 저 혼자만 잘 먹고 잘살자고 경매를 그대로 진행시킬 순 없죠.”

이달 3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경매에서 전세사기 아파트를 낙찰받았다 철회 의사를 밝힌 ‘선한 낙찰자’ A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A 씨가 낙찰받은 매물은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에 연루된 미추홀구 숭의동의 아파트 중 한 채다.

A 씨는 경매에서 해당 아파트를 1억3000만 원에 낙찰받았다. 이후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 법원에 ‘매수보증금’ 2300만 원을 경매 당일에 납부했다. 현행법상 경매를 통해 매물을 낙찰받을 경우 최저 매각가격의 일부를 보증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 씨는 경매 다음 날 해당 아파트를 방문한 뒤 깜짝 놀랐다. 아파트 곳곳에 붙은 전세사기 관련 공지를 보고 그제야 해당 아파트가 전세사기에 연루된 아파트임을 알았던 것이다. A 씨는 “지금 사는 집 전세가 두 달 뒤 만기돼 경매에서 저렴하게 아파트를 구매하고자 한 것인데, 전세사기를 당한 매물인지 전혀 몰랐다”며 “아직 잔금을 치르지 않아 보증금만 돌려받을 수 있다면 낙찰을 철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 씨가 철회 의사를 밝혔음에도 경매 철회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법상 경매 당일에 낸 매수보증금은 다시 돌려받을 수 없어 A 씨가 경매 입찰을 철회할 경우 보증금 2300만 원을 고스란히 날려야 하기 때문이다. A 씨는 “전세사기 피해자인 세입자를 어떻게든 돕고 싶어도 지금으로선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에 대해 인천지법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낙찰자가 이미 낸 매수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경매 낙찰 취소 허용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사기는 피해가 막심한 만큼 법을 유연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사연은 안타깝지만 일시적으로 매수보증금을 반환하면 법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으니, 현행 규정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세 피해자#낙찰 철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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