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입원 치료비를 암보험금으로 지급할 수 있느냐를 두고 보험사와 소비자 간 분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암 치료를 위해 요양병원 치료가 꼭 필요한지는 개별사안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비자단체는 힘의 우위에 있는 보험사들이 소극적으로 나서며 보험금 지급을 포기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은 최근 암 수술을 받은 환자가 의료진에게 권유받은 방사선 치료 대신 요양병원에 입원해 다른 치료를 받았다 해도 암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수년째 분쟁이 이어져 온 ‘요양병원 입원 치료를 직접적인 암 치료로 볼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사건이었기에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이 나왔음에도 보험사와 보험 가입자간의 평행선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보통 보험약관엔 암 치료를 위한 직접적인 목적으로 입원한 경우 암 입원비를 지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암은 재발이 잦고 치료법이 명확지 않은 탓에 ‘직접적인 암 치료’ 정의를 두고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법원 판결이 나와도 이를 일종의 ‘판례’처럼 일괄 적용하기는 어렵고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개별적으로 새롭게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간 보험사와 소비자 간의 분쟁이 잇따르자 금융감독원은 2019년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도 했다. ‘직접적인 암치료’의 의미를 ‘암을 제거하거나 암의 증식을 억제하는 치료’로 구체적으로 정의했다. 또 ‘요양병원 암 입원 보험금’을 특약으로 분리해, 암의 직접 치료 여부와 상관없이 보험료를 지급하도록 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는 해당 가이드라인 역시 현재 큰 효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가이드라인에선 암 치료로 발생한 후유증과 합병증을 위한 치료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앞으로 예정된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종전에 받았던 치료로 인한 후유증과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한 것은 ‘직접적인 암 치료’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때문에 최근 판결처럼 가이드라인의 지급 가능 치료에 해당하는 사안조차 이견이 갈려 결국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보험사들도 할 말은 있다. 완치 판단, 치료법 등이 모호한 만큼 가이드라인대로 ‘무 자르듯’ 판단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암 치료를 핑계로 불필요한 입원 치료를 조장하는 ‘도덕적해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개별 사안별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단체들은 정보와 재력 면에서 보험사들이 힘의 우위에 있는 한, 법적 분쟁에 갈수록 피해 보는 건 소비자들이란 입장이다. 이 때문에 더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으로 보험금 지급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손해사정과 의료자문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약관이 개선되고 초기에는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언제부턴가 보험금 지급 권고를 듣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결국 ‘법대로 하자’ 주의가 강해졌다”면서 “대형 보험사들과 싸워 소송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소비자들은 극소수다. 보험금 지급을 포기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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