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갓 태어난 영아를 살해한 혐의로 실형을 받은 20대 남녀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범행을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불우한 가정 환경 등을 고려한 1심 판단을 존중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부장판사 최태영·정덕수·구광현)는 지난 21일 영아살해·사체은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녀 A(21·여)씨와 B씨(20·남)에 대해 1심과 같이 각각 징역 3년,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5년간 아동 관련 기관의 운영, 취업, 노무 제공 금지를 명령한 1심 판단 역시 유지했다.
살해된 영아의 친부모인 A씨와 B씨는 연인 사이로 2021년 1월11일 새벽 자신들의 거주지인 서울 관악구 주택 화장실에서 출산 직후 아이의 얼굴을 막아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방에서 상경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두 사람은 동거 중이었는데, 2020년 6~7월께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결혼하지 않은 채 아이를 낳았을 때 주변의 시선에 부담을 느꼈고, 무엇보다 아이를 기를 경제적 능력이 없었다. 두 사람은 낙태 수술에 들어가는 비용 500만원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출산 예정일보다 한 달 빨랐던 사건 당일 지방에서 놀러온 친구들이 잠든 사이 진통이 찾아왔고, A씨와 B씨는 화장실에서 남자아이를 낳게 됐다.
세상에 나온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자 A씨는 아이의 입을 막았고, B씨에게 수건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건넨 수건을 받아 아이의 코와 입을 막았고 결국 아이는 질식해 사망했다.
A씨는 아이가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후 B씨에게 사체를 담을 가방을 달라고 했고, 두 사람은 아이의 사체를 넣은 가방을 이틀 동안 에어컨 실외기 아래에 방치했다.
이 사건은 A씨의 친구가 경찰에 신고하며 알려졌다. 두 사람이 아기가 사망한 상태로 태어났다고 주장하며 사건은 종결될 뻔 했지만, 경찰은 정식 수사를 결정했고 결국 두 사람은 범행을 자백했다.
1심에서 범죄 행위를 했던 A씨와 달리 B씨는 영아살해를 공모한 사실을 부인하며 자신은 방조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가 아이를 양육할 의사가 없었고, 범행 당시 화장실 앞에서 기다렸던 점 등을 근거로 살해를 직접적으로 공모하지 않았어도 살해 행위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1심은 “친부모의 양육 의지나 능력에 따라 아기의 생사가 결정될 수 없고, 세상에 죽어도 된다거나 죽는 것이 더 나은 아이는 없다”며 “울음으로 태어났음을 온 힘을 다해 알렸던 피해자는 유일하고 절대적인 보호자였던 부모에 의해 사망했고, 사체마저도 외면 당했다”며 두 사람을 꾸짖으며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1심은 두 사람이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했고,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막연하지만 미혼모센터를 통한 입양을 염두에 뒀던 점, 친구들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 출산이 예정일보다 빨랐던 상황 등을 토대로 범행을 의도적으로 계획하진 않았다고 봤다.
이후 두 사람은 1심 판단에 대해 지나치게 형이 무겁고 법리오해가 있다며 항소했다. 검찰 역시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했지만 2심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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