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전문가-피해자가 말하는 사기예방법
매물뿐 아니라 임대인 정보도 중요… 대면 계약하고 신용정보 조회해야
특정기간 집중매매 지역은 의심을… 반환보증 가입, 가장 현실적 예방법
최근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이어지면서 지역, 연령과 관계 없이 ‘전세사기 포비아(공포증)’를 호소하는 이가 늘고 있다. 공인중개사까지 가담해 갈수록 교묘한 수법을 쓰다 보니 기존에 전세 계약 경험이 있는 이들도 덫을 피하기 쉽지 않다. 동아일보는 부동산 전문가 10명과 전세사기 피해자 3명에게 전세사기 예방법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이들은 “계약 전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임대인과 대면 계약을 하라”고 입을 모았다.
● “최대한 발품 팔고, 임대인과 대면 계약”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계약을 맺을 당시 공인중개사들이 말소사항이 포함되지 않은 등기부등본을 보여주며 “안전한 매물”이라고 해 그 말을 믿었다가 낭패를 봤다고 했다. 뒤늦게 말소사항까지 포함된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나서야 세금 체납과 압류 이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전문가들은 계약 당시 체납된 세금을 냈다가 계약 이후 다시 체납하는 경우도 있어 말소된 이력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계약 전 반드시 세금 체납 및 압류 여부, 근저당권 설정 여부 등이 모두 표시되는 ‘말소사항 포함’ 등기부등본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인중개사까지 가담한 사기를 피하려면 발품을 최대한 많이 팔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김윤근 씨(51)도 “부동산중개업자가 전세사기 일당과 한패일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며 “여러 부동산을 돌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법무법인 우리들의 박상흠 변호사는 “원하는 매물이 있다면 다른 공인중개사에게 5만∼10만 원의 자문료를 내고 해당 매물에 문제가 없는지 검증을 받아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대인과 직접 만나 계약하는 것도 중요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계약하러 나온 임대인이 차명 소유자가 아닌 실제 집주인이 맞는지 신분증과 대조하고,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도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협회 소속 중개사무소에선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임차인 요청에 따라 국세 체납 여부, 근저당권 설정 여부, 신용 점수 등 임대인의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며 “임대인이 이를 거부하면 사기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인중개사가 인근 주택 실거래가를 들며 전세보증금 인상이나 전세 계약을 설득할 경우에는 여러 부동산을 통해 해당 거래가 정상적인 거래인지 검증해야 한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특정 아파트 단지나 오피스텔 한 동에서 매매가 특정 기간에 집중되는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매입한 게 아니라면 시세 조종을 위한 ‘작전’이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반환보증 가입 안 되는 매물은 피해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피해자 중에선 임대차 계약 당시 사고가 나면 공인중개사가 책임을 지고 배상한다는 ‘부동산 공제증서’를 받고 안심했던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보증한도액 1억, 2억 원이 해당 중개업소 1곳에서 담당한 연간 거래 전체에 대해 적용된다는 것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피해 건수가 많을 경우 중개업소에서 제시한 보증한도액은 사실상 유명무실해 실익이 없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이 가장 중요하고 현실적인 피해 예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보증보험을 들지 않았다가 피해를 본 조현기 씨(41)는 “보증보험 없어도 안전하다는 공인중개사 말을 믿었다가 낭패를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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