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신상공개를 통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반응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명예훼손 처벌 우려도 제기됐다.
26일 ‘나쁜 집주인’ 홈페이지에는 주택 1000여 채를 보유하다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이른바 ‘40대 빌라왕’을 비롯해 총 7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등이 적혀 있다. 이 중 6명은 사진도 공개됐다. 홈페이지에는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 카페와 전세 사기 예방법 등의 게시물도 정리돼 있다.
사이트 운영진은 홈페이지에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위장 이혼을 하고 계약 당일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신탁 부동산임을 속이는 등 방법으로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기꾼이 주변에 너무 많다”며 “세입자 돈을 갈취하고도 벌금형 정도의 가벼운 처벌로 죗값을 치르고 갈취한 돈으로 잘 먹고 잘 사는 나쁜 집주인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세 피해 예방을 목적으로 개인이 만든 사이트로 알려졌다. 운영자는 이메일을 통해 악성 임대인에 대한 서류 등을 제보받아 검토를 거친다. 이후 ‘나쁜 집주인’이라고 판단되면 해당 임대인에게 신상공개 사실을 통보하고 그로부터 2주 뒤 홈페이지에 관련 정보를 게시하고 있다.
신상을 공개한 사이트에 대해 한 누리꾼은 “훌륭하고 정의로운 일”이라며 “정의가 살아있는 나라를 만들자”고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현행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용이 사실이라도 다수가 보는 곳에 신상 정보를 올려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와 비슷한 사례도 있다. 자녀의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개인 신상을 공개하는 웹사이트 ‘배드 파더스’의 구본창 대표도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구 씨는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현재는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악성 임대인 명단을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의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부터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안심전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악성 임대인 명단을 확인할 수 있다. 공개하는 정보는 이름, 나이, 주소,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 관련 사항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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