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유행 중인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감염경로는 남성 동성애자 그리고 성관계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질병관리청이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재까지 보고된 엠폭스 확진자 중 성적 지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3만명 중 84.1%가 남성 동성애자로 나타났다.
엠폭스 감염 방식을 확인한 1만8000건 중 82.1%는 성관계를 통한 전파 사례였다. 결론적으로 남성 동성애자끼리 성관계를 통해 엠폭스가 확산하고 있는 점이다.
김진용 인천광역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국내에서도 해외와 비슷한 전파 양식을 추정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엠폭스는 치명률이 0.13%로 위험도가 낮고 성 접촉과 밀접한 피부접촉에 의한 제한적 전파 양상을 가지고 있다”며 “국민들이 예방수칙을 준수하고 협조하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도 WHO 분석 결과와 유사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성소수자 감염자에 대한 건강 대책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감염자에 대한 편견이 작용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며, 낙인효과 대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낙인효과는 사람들이 특정 대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그 평가가 객관적인 근거 없이도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엠폭스 치사율은 (국내에서) 굉장히 낮을 것이지만,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에 의해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성소수자는 건강상 취약성이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감염자가 특정 집단에 편중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감염자에 대한 편견이 없도록 방역당국의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럽을 포함한 해외에서는 성소수자를 중심으로 엠폭스가 퍼지고 있다”며 “정부가 낙인효과를 우려해 정확한 정보 제공에 미온적인 게 능사는 아니다.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6일 기준으로 국내 엠폭스 확진자는 누적 34명이다. 지난 7일 첫 번째 국내발생 확진자(6번째)가 발생한 뒤 34번째까지 국내발생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발생 추정 환자 29명의 거주지는 서울 13명, 경기 7명, 경남 3명, 경북 2명, 대구 2명, 전남 1명, 충북 1명이었다. 그중 내국인 27명, 외국인은 2명이다. 국내발생 29명 중 28명은 최초 증상 발생 전 3주일 이내 해외여행력이 없었다. 나머지 1명은 해외여행력이 있으나 증상 발현과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험노출력을 보면 최초 증상 발생 3주 이내 고위험시설 등에서 모르는 사람과의 밀접접촉력이 확인된 사람이 대다수(89.7%)였다. 이로 인해 역학조사가 더딘 것도 사실이다. 주요 감염원을 찾는 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엠폭스 확진자의 주요 임상증상은 항문생식기 통증을 동반한 국소 피부병변(궤양, 종창, 발진)을 포함한 발진이었다. 다만 증상 초기 발열, 두통, 근육통, 오한 등 비특이적 증상으로 나타나거나 혹은 전구기 증상이 없는 사례도 있었다. 질병청은 밀접접촉과 성접촉같은 위험노출력을 의료진에게 말해 조기 진단될 수 있도록 당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감염병 전문가들은 익명검사를 대안으로 보고 있다. 검사 과정에서 신상이 노출되지 않도록 보장하면, 감염 전파 고리를 빠르게 찾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역학조사로 밀접접촉자 연락처를 찾기도 어렵고, 찾은들 검사까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성소수자 커뮤니티 등에 익명 검사를 알리고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