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바칼로레아(IB)가 사교육을 폭발시킬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과는 정반대의 주장이 14일 서울시 동작관악교육지원청 주최 IB 연수회에서 나왔다. 상위권일수록 사교육에 의존하는 게 IB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사로 나선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IB가 사교육을 유발할 거라는 우려가 있다”는 방청객 질문에 “IB 프로그램에선 교사마다, 학급마다 다른 수업과 시험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교육 시장이 존재하기 위한 규모의 경제가 나올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금도 특목고, 자사고에 들어가기 위해선 사교육에 의존하는데 모든 학생이 아닌 상위권 학생들만 대상으로 IB를 도입한다면 진학 경쟁으로 사교육은 더 극성을 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 NGO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19년 IB 도입과 사교육 유발 효과에 대한 검토를 한 뒤 △IB가 특목고, 자사고에 본격 도입되면 진학을 위한 사교육은 폭발할 것이지만 △IB 교육으로 사교육은 지금보다 늘어나지 않으며 △IB에 바탕을 둔 KB(한국형 바칼로레아) 패러다임으로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동작·관악구 학부모와 관내 교원 1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 30분 동안 열린 IB 연수회에서 이 소장은 IB 교육과정과 평가의 상세한 예를 소개하고, IB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들을 바로잡는 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이 소장은 학교 폭력이 세간의 화제인 걸 염두에 둔 듯 “IB에서 고득점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논리가 얼마나 풍부하고 완성도 높은지가 중요한데 이는 다른 사람의 논리를 알아야 완성될 수 있는 것”이라며 “한 일본 중학교 교장이 IB 프로그램 도입 후 학생 간의 소통이 활발해져 이지메(왕따)가 줄어서 놀랐다”라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나아가 IB가 세계 최초로 논술 시험에서 챗GPT를 허용하는 데서 자신만의 논리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수단 활용에 융통성을 발휘하는 IB만의 특징을 설명했다.
이날 IB 연수회는 서울시 교육청의 한국형 바칼로레아(KB) 예산 10억여 원이 추경으로 확정된 뒤 하루 만에 열리는 것이어서 IB에 대한 조희연 교육감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됐다. 서울시 의회는 지난해 12월 서울시 교육청이 요구한 ‘한국형 바칼로레아(KB) 구축을 위한 탐색학교 운영’ 예산 26억 원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이에 서울시 교육청은 “서울형 교수 학습 시스템을 보완하고 교사 협력 및 서·논술형 쓰기 중심의 평가 모델을 만들어 학생들의 비판적 창의적 사고를 기르는 기회를 상실”했다며 유감을 표명했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조 교육감은 KB는 IB 체계를 바탕으로 세워지는 것이어서 IB 탐색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오정훈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교육장은 “IB를 제대로 공부하고 적극적으로 분석해야 서울교육이 추구하는 미래 교육에 도움이 되는 요소를 찾을 수 있다”라면서 “교사들의 IB 경험을 늘려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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