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돌연 공사가 중단돼 입주 예정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본 인천 미추홀구 주상복합건물의 건물주가 전세사기 주범인 이른바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 씨(61)로 확인됐다.
26일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공사가 중단된 미추홀구 주안동 한 주상복합건물의 건설사 대표가 이 지역에서 주택 2700여 채를 세놓고 피해자 160여명에게서 전세보증금 125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된 건축업자 남 씨로 밝혀졌다.
해당 건물은 민간임대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합쳐진 형태로, 지하 2층, 지상 20층에 194세대 규모로 지난해 4월 준공 예정이었다.
남 씨가 대표였던 건설사는 2021년 말부터 ‘입주자 모집 당시 새집에서 2년간 전세로 거주하면 분양 전환 시 우선권을 주겠다’고 광고를 냈다. 또 전세가의 90%까지 전세 대출이 가능하고 전세금 반환보증보험도 가입돼 보증금 전액이 보장된다며 3500만 원만 있으면 입주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지난해부터 건설사 측은 자금난 등을 이유로 공사를 멈춘 뒤 입주를 계속 미룬 것으로 파악됐다. 계속 지연되는 공사에 건설사 측은 “2022년 9월까지 입주가 가능하다”며 “입주할 여건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계약 해지도 가능하다”고 전했지만, 모두 실현되지 않았다.
이 같은 피해는 남 씨가 2021년 초부터 급격한 자금난을 겪으면서 빚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금융권 대출을 받아 주택을 짓고 임차인들의 전세 보증금으로 대출을 갚는 방식으로 건축 사업을 확대했지만, 보유 주택이 2708채까지 늘어나자 가용 자금이 부족해졌다.
대책위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 건물에 입주하기로 한 피해자들이 낸 전세 계약금은 확인된 것만 40억 원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68㎡(약 20평)와 84㎡(약 25평)로 나뉘는 평수에 따라 각각 보증금의 10% 수준인 3000∼4000만 원의 계약금을 낸 것이다. 당시 건설사는 이들에게 ‘2년 전세 후 분양 전환 때 전셋값과 같은 가격으로 우선권을 주겠다’고 홍보해 전세 보증금이 3~4억 원대로 시세보다 비쌌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 중 일부는 이미 남 씨를 상대로 계약금 반환 민사 소송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 관계자는 “이 아파트의 일부 입주 예정자도 지난주쯤 대책위에 합류했다”며 “이들은 입주도 못 한 채 계약금까지 돌려받지 못해 피해가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경찰은 남 씨의 1차 송치 당시 피해 인원과 금액 외에 남 씨가 자신의 딸 등 공범 60명과 함께 총 320명을 상대로 전세 계약을 체결해 263억 원 상당(지난달 31일 기준)을 챙겼다고 보고 2차 송치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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