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배후에서 주가 조작을 저지른 것으로 지목된 세력들이 “10억 원을 투자하면 100억 원으로 만들어 주겠다”며 투자자를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아난티그룹 이중명 전 회장 등 재계 인사까지 끌어들인 가운데 서울 강남 일대 빌딩을 소유한 연예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 조작 핵심 세력으로 거론되는 프로골퍼 출신 안모 씨로부터 투자 권유를 받았다는 사업가 A 씨는 28일 “안 씨가 ‘아난티 이 전 회장도 투자하는 건이다. 10억 원을 100억 원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신뢰가 안 가 투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 씨가 핵심 투자자로 거론한 이 전 회장에 대해 아난티그룹 이만규 대표이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부친인 이 전 회장이 주가 조작의 피해자가 됐다는 걸 26일 오후에 처음 알게 됐다”며 “부친은 그동안 모은 자산을 모두 잃고 두문불출하며 울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난티는 주가 조작 논란과 일절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 씨와 함께 핵심 세력으로 거론되는 투자컨설팅업체 대표 라덕연 씨는 이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재단 등에서 이사를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 씨는 연예인이 소유한 빌딩에 골프아카데미를 차려놓고 다수의 연예인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가 B 씨는 “강남구에 있는 안 씨의 골프아카데미가 연예인과 재력가들이 자주 찾는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며 “안 씨가 강남에 건물을 갖고 있는 연예인 C 씨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 조작 세력들은 투자자들에게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투자 수익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신뢰를 쌓으며 투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수 박혜경 씨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는 언니를 통해 회사를 소개받아 1억 원을 넣고 회사에서 깔아준 앱을 보니 300만 원, 400만 원 불어나는 걸 보고 천재들인가 생각했다”며 “(추가로) 돈을 보낸 게 모두 4000만 원인데 돈이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라 회장을 중심으로 설립된 법인 사내이사 등 최측근 6명 이상이 가담한 조직적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각각 ‘연예인팀’, ‘의사팀’ 등으로 역할을 나눠 투자 유치를 담당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이날 “지위 고하, 재산 유무 또는 사회적 위치 등과 무관하게 법과 원칙의 일관된 기준으로 최대한 신속하고 엄정하게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당 중 일부가 중국 동포라는 제보를 받고 해외 도주 우려가 있어 검찰을 통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중심으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등이 함께 참여하는 합동수사팀을 구성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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