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청주동물원에 따르면 수컷 호랑이 호붐이는 지난 19일 오후 5시경 숨졌다. 뒷다리 마비 증세를 보였던 호붐이는 충북대 동물병원에서 진료받은 뒤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청주동물원 김정호 수의사는 “MRI를 통해 척추 디스크를 확인했다”며 “사인은 노화로 인한 질병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호랑이의 평균 수명은 10∼13년으로, 동물원 같은 사육 시설에서는 평균 15년 정도 살 수 있다.
2007년 이 동물원에서 태어난 호붐이는 여동생 ‘호순이’와 함께 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16년간 살았다.
호붐이와 호순이는 비좁은 사육환경 탓에 어미 젖을 뗀 후 10여 년간 떨어져 지냈다. 그러다 2020년 서식 환경개선을 위해 방사장을 확대하는 리모델링 공사가 이뤄져 둘의 합사가 결정됐다. 동물복지 차원에서 남매의 한집 생활이 추진됐지만 근친교배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동물원 측은 호붐이를 중성화 수술한 뒤 남매를 안전하게 합사시켰다. 청주동물원은 멸종위기 종인 시베리아 호랑이의 2세 복원을 위해 당시 중성화 수술 과정에서 호붐이의 정자를 채취했다. 현재 호붐이의 정자는 초저온 상태(-196℃)로 전북대 수의과대학에 보존돼 있다. 적합한 암컷이 생기면 인공수정에 사용할 예정이다.
청주동물원은 2014년 야생동물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돼 멸종 위기 동물 보전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호랑이 종으로 알려진 시베리아 호랑이는 백두산 호랑이, 아무르 호랑이, 한국 호랑이 등으로도 불린다. 시베리아 호랑이는 서식지 파괴와 무분별한 밀렵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으로 지정돼 국제적인 보호를 받는다.
시베리아 호랑이 개체 수는 560~600마리에 불과하며 이 중 90%가 러시아 연해주와 하바롭스크주 등에 서식한다. 국내의 경우 개체 수가 적어 번식과 질병 연구 등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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