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음주운전=범죄’ 인식… 초범에 면허 영구박탈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일 03시 00분


[음주범죄에 관대한 사회]
한국, 음주 단속기준 강화됐지만
‘과실 사고’ 취급에 처벌 수위 낮아
“집행유예 선고 관행 재검토 필요”

해외 선진국에선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명사고를 ‘부주의에 의한 살인’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한국에서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 정도로 취급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최근 음주운전 단속 기준 등 제도가 강화되긴 했지만 교통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면허 박탈 기간과 형량 등 처벌 수위가 여전히 높지 않다고 평가한다.

한국은 음주운전 판단 기준이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이다. 2018년 부산 해운대구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윤창호 씨 사건을 계기로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음주운전 기준이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강화됐다. 미국의 경우 혈중알코올농도가 0.08%를 넘어야 음주단속에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기준이 더 엄격하다. 영국은 0.08%, 독일은 0.05% 등이다. 일본(0.03%)은 한국과 같고 노르웨이(0.02%)는 한국보다 더 엄격하다.

하지만 음주운전 시 운전면허를 박탈하는 기간은 주요국에 비해 짧은 편이다. 한국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될 경우 면허가 취소되는 최대 기간은 5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음주운전으로 인명사고를 내고 도주할 경우에 적용된다. 혈중알코올농도 0.1% 이상이거나 측정 불응 시 1년간 면허가 취소되고,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3회 이상 낸 경우에도 3년간 면허가 취소될 뿐이다.

반면 미국 뉴욕주는 여러 건의 음주운전 유죄 판결 또는 사고를 일으킨 사람에 대해 5년간 면허 발급을 거부하거나 영구적으로 면허 발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다. 호주의 경우에도 혈중알코올농도 0.15%를 넘은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면 초범의 경우 최소 1년, 재범의 경우 최소 2년에서 최대 영구 박탈의 제재를 가한다.

집행유예가 많고 사망사고를 내도 징역 5년 이내의 선고가 일반적인 한국과 비교하면 형량 차이도 크다. 미국 워싱턴주는 음주운전으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최고 무기징역형을 선고한다. 영국의 경우 최소 1년 6개월∼최고 14년 형을 선고한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범죄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의 경우 음주운전에 대해선 벌금이나 형량이 ‘무제한’이란 인식이 있을 정도로 처벌 강도가 세다. 술을 먹고 운전하는 것을 교통범죄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며 “검찰이 구형을 강화하는 동시에 법원도 지금까지의 집행유예 선고 관행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음주운전#범죄#집행유예 선고 관행#과실 사고 취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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