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정원 20% 채우지 못해
200시간 교육기간 무급… 포기 속출
현장 업무 몰려 이직-퇴사율 높아
시설유지-콜센터 등도 상황 비슷
김포국제공항에서 일하는 국내 항공사 직원 A 씨는 5월 어린이날 연휴가 벌써 걱정이다. 공항에 이용객이 몰리면 보안 검색 등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당연히 고객 불만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공항 인력이 줄어 최근 명절이나 연휴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A 씨는 “보안 검색을 받다 비행기를 놓치면 고객은 불만이 클 수밖에 없고, 그들을 기다리느라 항공편이 지연되면 더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고 했다.
2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의 현재 보안 검색 요원은 정원인 1890명에 360여 명 부족한 1520여 명이다. 정원보다 약 20% 적은 인원이 배치돼 있다는 얘기다. 김포국제공항의 보안 인력은 4월 기준 283명으로 정원인 306명에 23명(7.5%) 부족하다. 2019년까지는 이 직무의 정원을 채우지 못한 적이 거의 없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부터 항공 보안 요원이 한두 명씩 업계를 떠나더니 현재까지 예년 수준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보안 인력이 적으면 검색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제때 탑승하지 못하는 승객도 속출할 수 있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3월 17∼18일, 4월 7일 총 3일 동안 400명 가까운 승객들이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국적 항공사 소속 B 씨는 “본인이 늦게 오는 경우도 있지만, 탑승 절차에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불평하는 경우가 많다”며 “항공사도 출발 지연과 환불 등으로 큰 비용이 나간다”고 말했다.
공항에서는 부족한 인력을 서둘러 채우려 하고 있지만 ‘구인난’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보안 검색 요원이 되려면 200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 기간 동안은 급여가 없기 때문에 어렵게 뽑은 지원자의 20% 정도가 경제적 이유로 중도 포기를 선택한다고 한다. 급여도 7년 차까지는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낮은 처우에 비해 업무 강도는 높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인력이 모자라니 현장 근무자들에게 업무가 더 몰리고, 이 때문에 이직률과 퇴사율도 높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1분기(1∼3월)에만 인천공항에서 50명이 퇴사했다.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하루 13∼15시간 동안 공항에 있어야 하는 등 업무 강도가 높지만, 인력 부족으로 휴식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인력 부족은 보안 직원만의 얘기가 아니다. 시설유지, 운영서비스 관련 현장 인력에서 전반적으로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항공사에서 고객 민원을 처리하는 콜센터도 사람을 구하지 못해 고객 응대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공항 조업사도 마찬가지다. 급기야 지난달 23일 입사한 지 두 달 된 조업사 직원이 기내식 운반 트럭을 몰다가 항공기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업계에서는 숙련된 인력이 부족해 생긴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5월 황금연휴에 이어 7, 8월 여름 성수기까지 인천공항 이용객이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장에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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